“산토끼 토끼야…” 누구의 귀에나 익숙한 이 노랫말처럼, 최근 도심 공원 안 야트막한 동산에 토끼가 등장해 시민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토끼들은 어디에서 온 걸까.
이들은 갖가지 이유로 버림받은, ‘후천적’ 산토끼들이다. 사뿐사뿐 몸을 놀리는 귀여운 토끼들에게도 어두운 그림자는 있다. 2023년 계묘년, 토끼의 해를 맞아 국민일보 인턴기자들이 도심 속 유기토끼 문제를 4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이들은 갖가지 이유로 버림받은, ‘후천적’ 산토끼들이다. 사뿐사뿐 몸을 놀리는 귀여운 토끼들에게도 어두운 그림자는 있다. 2023년 계묘년, 토끼의 해를 맞아 국민일보 인턴기자들이 도심 속 유기토끼 문제를 4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토끼 유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로서의 토끼’가 어떤지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마냥 귀엽다는 생각으로 집에 들였다가 정작 양육이 힘들어지자 남몰래 토끼를 유기하는 경우도 적잖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려동물로서의 토끼는 어떨까. 전문가와 동물보호단체는 ‘토끼는 키우기 쉽지 않은 동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토끼 역시 개나 고양이와 같은 다른 반려동물처럼 충분한 공부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산토끼와 집토끼 구분해야… “엄연히 다른 종”
동물권단체 ‘하이’ 조영수 대표는 1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토끼 반려 인구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토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며 토끼 입양에 앞서 토끼의 습성과 특징을 이해하는 공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반려동물로서의 토끼’를 이해한 후 나의 생활과 잘 맞는지, 평생 책임질 수 있는지 등을 충분히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고운동물병원 송서영 원장은 산토끼(멧토끼)와 굴토끼(집토끼)가 서로 다른 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반려 토끼는 대부분 유럽에서 들여온 굴토끼다. 우리나라 토종 산토끼와는 유전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외모와 습성 등에서 차이가 있다.
송 원장은 굴토끼가 야외에서 서식하게 되면 더위와 추위, 비바람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건강이 악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토끼는 체온조절능력이 부족해 더운 여름 열사병에 취약할 수 있으며, 추위나 더위·비바람 등에 노출될 경우 특히 유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집에서 키우던 토끼를 밖에 몰래 내다 버리는 건 절대 해서는 안 될 행위다. 송 원장은 “집에서 키우는 토끼를 유기할 경우 동물 학대에 속한다”며 “강력한 법 제정과 행정처분으로 동물유기에 대응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관련법은 너무 약하다”고 지적했다.
토끼, 직접 키우고 싶다면? 토끼 Q&A
그렇다면 토끼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 토끼보호연대, 동물권단체 ‘하이’, 고운동물병원 송서영 원장 등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토끼 키우기와 관련한 의문점과 정보를 Q&A로 정리했다. 아크리스 동물병원 박천식 원장의 ‘토끼 상식 모음집 유튜브’와 한성동물병원 홈페이지의 ‘동물상식’ 코너도 참고했다.
-토끼의 평균 수명은 어느 정도인가?
“토끼의 평균 수명은 5~8세 정도다. 최근 국내 사육 지식이 개선되며 10세 이상의 토끼도 자주 보인다. 토끼 보호자가 정확한 사육 지식을 가지고 실내에서 키우면 야외 사육장의 토끼보다 오래 살 수 있다.”
-토끼는 어떤 음식을 먹나?
“토끼는 초식동물이다. 주식인 건초와 깨끗한 물을 항상 채워줘야 한다. 성토라면 티모시 건초, 어린 토끼라면 알파파 건초를 주면 좋다. 건초를 80% 정도 주고 나머지 10~20%를 펠릿 사료나 채소 등으로 보충한다. 다만 채소를 많이 먹이면 과도한 수분 섭취로 인한 설사,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탄수화물과 전분이 포함된 음식은 독소와 가스를 발생시켜 생명을 위험하게 할 수 있으니 많이 주면 안 된다.”
-토끼, 정말로 자신의 똥을 먹는가?
“똥을 먹는 ‘식분증’은 다른 동물들에게는 질병의 일종이지만 토끼의 경우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다. 대신 모든 똥을 먹는 것은 아니다. 토끼는 일반변과 맹장변을 싸는데 이 중 맹장변을 먹는 것이다. 초식동물의 특성상 한 번에 소화를 다 하지 못해 싸는 맹장변은 정상변보다 크기가 작고 말랑말랑한 점액질의 성분을 지닌다. 맹장변은 단백질과 수분, 비타민B·K의 공급원이 된다. 그러므로 토끼가 똥을 먹는 것은 영양보충을 위해 필요한 행위라 할 수 있다.”
-토끼 번식력, 정말로 강한가?
“다산과 번성을 상징하는 토끼. 토끼 번식력은 다른 동물들에 비교해 월등히 강한 편이다. 토끼의 임신 기간은 평균 31일로, 교미 후 약 한 달이면 새끼를 낳는다. 연간 새끼를 낳는 횟수가 굴토끼의 경우 6~8회이다. 빠른 임신이 가능하기에 새끼 역시 계속해서 낳을 수 있다.”
-토끼, 중성화 수술을 시켜야 하나?
“토끼는 생후 3~6개월 사이 성적으로 성숙해진다. 매달 태어난 4~10마리의 토끼들을 책임질 수 없다면 중성화 수술을 시키길 권장한다. 토끼의 경우 예민한 동물이기에 중성화 수술에 대한 우려가 클 수도 있지만 안전한 마취 기술을 갖고 진행하면 수술 자체의 위험성은 높지 않다. 국내엔 토끼 진료 병원이 많지 않기에 토끼 진료 경험과 수술 경험이 많은 곳에서 수술하기를 바란다.”
-토끼집,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 줘야 하나?
“토끼는 넓은 공간에서 풀어주고 키우는 게 제일 좋다. 토끼는 이로 갉는 걸 좋아해서 벽지를 뜯는다던가, 전선을 갉아 먹기도 한다. 간혹 감전돼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라. 토끼는 개, 고양이와 달리 발바닥 패드가 없다. 푹신하고 부드러운 재질의 깔개(이불, 담요 등)를 깔아주는 것을 추천한다.”
-여러 마리의 토끼가 한정된 공간에 있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은?
“토끼들은 한정된 공간에 같이 있으면 영역 싸움과 서열 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 또한 먹이 부족으로 충분한 영양 공급이 안 되면 면역 저하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토끼, 개나 고양이 등 다른 동물과 같이 키워도 되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토끼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토끼도 개나 고양이처럼 목욕을 주기적으로 시키는 게 맞나?
“토끼는 목욕하지 않지만, 발이나 일부 부위가 심하게 더러워졌다면 씻기고 수건으로 말리면 된다. 토끼는 더위에 약하기 때문에 말릴 때 드라이 등 열을 가해 말리면 이튿날 쇼크사로 이어질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토끼들은 대신 주기적으로 털갈이한다. 토끼의 경우 1년에 3~4회 정도 털갈이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키우는 토끼, 밖에 풀어놔도 되는가?
“국내에서 반려 토끼로 많이 키우는 품종은 유럽 굴토끼의 후손이다. 한국 야생 토끼인 산토끼와는 유전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반려 토끼를 야생에 방사하거나 야외에서 키우면 국내 야생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김은초, 류동환, 박성영, 서지영, 이지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