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vs 톰 브라운, ‘선(線)의 전쟁’ 승자는?

입력 2023-01-14 07:28
패션 디자이너 톰 브라운이 12일(현지시간) 자신이 스포츠용품업체 아디다스의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이 내려진 뒤 트레이드 마크인 4선 줄무늬 양말을 신은 채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을 떠나는 모습. 연합뉴스

세계적 디자이너 톰 브라운의 ‘4선’ 줄무늬가 스포츠용품업체 아디다스의 ‘3선’ 줄무늬 디자인 상표권을 침해했는지를 놓고 벌어진 소송에서 톰 브라운이 승리했다고 AP·로이터 통신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이날 재판에서 “아디다스 측은 톰 브라운의 4선 줄무늬 디자인이 자사의 3선 디자인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톰 브라운의 손을 들어줬다.

배심원단은 톰 브라운의 4선 줄무늬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3선 줄무늬의 아디다스 제품과 혼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같이 평결했다.

톰 브라운은 승소 후 “나는 지금껏 거대 기업에 맞서 무언가를 창조하는 디자이너들을 위해 싸워왔기에 이 판결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단지 컬렉션을 디자인하고 싶을 뿐이며 다시는 법정에 서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디다스는 '3선' 줄무늬 패턴을 대표적 디자인 요소로 활용 중이다. 톰 브라운의 '4선' 줄무늬 패턴에 대해 디자인 상표권 소송을 걸어 패소한 아디다스는 항소를 준비 중이다. 아디다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아디다스 측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리치 에프러스 아디다스 대변인은 “이번 평결에 실망했다”며 “적절한 항소 제기를 포함해 우리의 지적 재산권을 신중하게 지켜나가기 위한 활동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디다스는 지난해 6월 티셔츠와 운동복 바지, 후드티 등에 4선 줄무늬를 사용한 톰 브라운의 ‘포-바 시그니처’(Four-Bar Signature)가 자사의 3선 줄무늬 디자인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톰 브라운의 4선 디자인이 들어간 운동복 바지. 톰 브라운 공식 홈페이지 캡처

재판에서 아디다스는 톰 브라운의 줄무늬 디자인이 자사 제품과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톰 브라운은 양사가 같은 시장을 공략하지 않아 직접적인 경쟁자가 아니기에 혼동 유발 가능성은 없다고 맞섰다.

톰 브라운은 양사의 시장이 다르다는 예로 자사의 여성 운동용 압박 타이츠는 가격이 725달러(90만원)지만 아디다스 레깅스는 100달러(12만4000원) 미만이라는 점을 들기도 했다.

양사 간 법정 공방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디자인을 둘러싼 갈등의 시작은 15년 전인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패션 디자이너 톰 브라운이 12일(현지시간) 자신이 스포츠용품업체 아디다스의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이 내려진 뒤 트레이드 마크인 4선 줄무늬 양말을 신은 채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톰 브라운은 재킷에 3선 줄무늬와 유사한 디자인을 사용했는데, 아디다스가 이의를 제기하자 이를 받아들여 3선 대신 4선 줄무늬 디자인을 도입했다.

아디다스는 그 후로 수년간은 4선 줄무늬 디자인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나, 이후 톰 브라운이 빠르게 성장하고 스포츠웨어 분야로도 진출하자 다시 이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포드햄 로스쿨 패션법률연구소 제프 트렉슬러 교수는 “톰 브라운 측 변호사들이 자사가 약자라는 점을 성공적으로 설득시켰다”며 “이들은 배심원들이 이 소송을 ‘대중 대 대기업’의 싸움으로 보게 만들었고, 결국 이 전략이 통했다”고 말했다.

김은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