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동료 몰카 찍은 공무원…“남자로 살기 힘들다, 어휴”

입력 2023-01-13 06:41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한 공무원이 직장에서 관심 있는 여성 직원을 몰래 촬영하다가 걸려 고소당했다며 조언을 구하는 글을 올려 공분을 사고 있다.

13일 온라인에서 이목을 끈 건 지난 11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고소당했는데’라는 제목의 글이다. 글쓴이의 직업은 공무원으로 표시돼 있다. 이 커뮤니티는 자신의 회사 이메일로 소속 직장을 인증해야만 가입 가능하며, 글 작성 시 닉네임과 함께 직장이 표시된다.

글쓴이 A씨는 “직장에 관심 있는 여성분이 있어 몰래 사진 찍다가 걸렸다. 이상한 사진은 아니고 일상 사진”이라며 “이 분이 저를 고소한 상태인데, 이런 걸로 고소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이어 “제가 그 사진을 인터넷에 뿌린 것도 아니고 그냥 저만 간직한 건데 저를 성희롱범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억울해했다.

A씨는 “이거 성희롱죄 성립이 되냐”면서 “이거 때문에 직장에서 손가락질 받고 있는데 만약 제가 무죄 판결 나면 역으로 무고죄로 고소할 수 있나. 변호사님 있으면 조언 좀 부탁드린다”고 했다.

해당 글을 본 네티즌들은 A씨의 반성 없는 적반하장식 태도에 분노했다. 해당 글에는 “이런 사람도 공무원을 한다” “남의 초상권 침해해서 몰래 사진 찍어놓고 무고죄로 고소 가능하냐니 대단하다” “반성의 기미 하나 없이 무고죄를 논하냐”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A씨는 ‘도촬(도둑촬영)은 범죄입니다. 여성분이 도촬 행위로 수치심을 느꼈다면 성희롱에 해당하고, 공무원 신분이면 불이익 예상됩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옮겨 적으며 “이렇다고 한다. 다들 응원 감사하다. 합의해 달라고 해야겠다”고 말했다.

‘돈 줘야 하느냐’는 댓글이 달리자 A씨는 다시 답글을 남겨 “줘야지. (합의금) 50만원에 쇼부(결판)보려고. 남자로 살기 힘든 세상이다. 어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다른 이의 비판 댓글에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한 네티즌이 “내 직장동료가 나 몰래 찍었을 거 생각하면 토 나온다”고 하자, A씨는 “나도 너는 안 찍어. 가서 커피나 타와 미스 김”이라고 조롱했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A씨는 끝으로 “그만해라. 욕 많이 먹었다. 그래서 오래 살 것 같다”면서 “이미 회사에는 소문 다 났다”고 덧붙였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카메라등이용촬영)에 따르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성립 여부의 핵심은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동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혐의가 인정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