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살률이 증가하면서 자살유가족들을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라이프호프·대표 조성돈 교수)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자살유가족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라이프호프와 한국자살사별자단체인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미고사)’가 공동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조성돈 대표, 강명수 미고사 운영진, 이구상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본부장,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이사 등 자살 관련 전문가들이 발제자로 나섰다. 또한 자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토론자로 나서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조 대표는 이날 ‘자살유가족 지원정책 방향’이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학자들은 한 명이 자살했을 경우 6~10명의 유가족이 발생한다고 본다”며 “사건 이후 유가족들의 삶은 완전히 무너지고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1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1만3353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매년 평균 10만여명의 자살유가족이 발생하는 꼴이다.
이후 별도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 대표는 유가족들의 일상 회복을 위한 정부의 ‘자살유가족센터 설립’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공공기관에서는 유가족을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본다”면서 “유가족은 일상 회복이 필요한 이들이지 환자가 아니다. 이들이 온전히 위로받을 수 있는 상설공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건강한 일상 회복을 위해서는 조직화 된 다양한 집단과 모임이 요구된다”며 “특히 유가족들에게 종교 단체와 문화활동이 큰 위로가 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라이프호프는 매년 유가족을 초청해 영화 감상, 소규모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한다.
또한 연속성과 지속성이 떨어지는 공공기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민간단체의 참여를 촉구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자살유가족 상담의 경우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면 유가족과의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자살과 유가족 지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은 열악한 상황이다. 자살유가족 지원은 자살예방 사업의 큰 축으로 꼽힌다. 지난해 자살예방을 위해 편성된 예산은 451억원으로, 보건복지부 1년 예산의 0.044퍼센트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2017년 기준 자살예방 관련 예산은 6조7033억원으로 한국보다 160배나 많다.
현재 정부는 자살 사건 발생 시 유가족의 초기 심리안정부터 법률·행정 처리 및 임시 주거 등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돕는 ‘자살유가족 지원 원스톱 서비스 사업’을 실시 중이다. 하지만 예산 확보 난항을 겪으면서 확대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 대표는 “유가족 문제는 가장 최선의 자살예방활동”이라며 “유가족들이 애도의 기간을 넘어 일상을 회복하는 단계까지 나아가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유가족 활동은 평범한 일상을 회복시켜주는 것”이라며 “라이프호프의 목적도 이들의 받침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