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8개월가량 도피행각을 벌이다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국내 압송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이 입국하면 검찰에 쌓인 각종 쌍방울 비리 의혹 수사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태국에서 불법체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김 전 회장은 자진 입국 의사를 밝힌 뒤 긴급여권 발급을 신청했다.
그는 태국에서 체포된 직후 불법 체류를 부인해왔지만 뒤늦게 입장을 선회했다. 최근 그룹 임직원들이 자신과 연관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계속된 압박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이 현지 수용 시설의 열악한 환경 등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도 파악됐다.
앞서 수사 당국은 해외로 달아난 김 전 회장에 대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내리고 여권을 무효화했다.
강제추방이나 송환 절차가 아닌 자진귀국 형태이기 때문에 김 전 회장은 긴급여권이 발급되는 대로 항공편을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쌍방울 측은 김 전 회장의 입국 예상 날짜를 13∼14일로 예상했으나, 현지 긴급여권 발급 절차로 인해 다음 주 초쯤에나 입국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긴급 여권을 발급받으려면 서류 작업과 영사 절차, 태국 당국의 관련 절차 등에 수일이 소요된다. 내주 초쯤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조만간 수사관을 태국으로 보내 김 전 회장과 함께 검거된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의 신병을 태국 공항에서부터 확보할 방침이다. 통상 피의자 1명당 3∼4명의 수사관이 배치된다. 수사관들은 김 전 회장 등과 함께 귀국한 뒤 곧바로 수원지검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김 전 회장 등은 심야 등 도착 시간에 따라 수원구치소에 머물다가 검찰로 이송될 수도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도착하면 현재 받고 있는 여러 가지 혐의 중 주요한 사건을 선별해 우선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김 전 회장은 현재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이 밖에도 자본시장법 위반, 뇌물공여, 증거인멸,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쌍방울 그룹을 둘러싼 각종 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 대북 송금 의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김 전 회장은 양 회장과 함께 지난 10일 태국 빠툼타니 소재 한 골프장에서 현지 이민국 검거팀에 붙잡혔다. 당시 김 전 회장은 골프복을 입고 있었으며, 수염이 덥수룩한 모습이었다. 수중에 거액의 현금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 등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수원지검의 수사를 받던 중 지난해 5월 말 압수수색을 앞두고 싱가포르, 미국 등으로 출국해 도피행각을 벌여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