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목이 안 좋아서 그렇습니다. (시즌엔) 엄청난 곡을 준비해 뵙겠습니다.”
프로야구 판에 돌풍을 몰고 올 ‘젊은 피’ 12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야구 예능 등의 영향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루키들은 대선배와 카메라 앞에서도 신인답지 않은 여유와 끼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2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2023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3년 만에 대면으로 진행된 이날 교육엔 신인과 육성선수 등 10개 구단 130명이 참석했다.
행사 시작 전 구단별로 나눠 앉아 상기된 채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는 선수들의 얼굴엔 앳된 티가 역력했다. 짧은 점심시간을 쪼개 빵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도 영락없는 새내기들이었다.
‘스타 본색’은 감출래야 감출 수 없었다. LG 트윈스 유광점퍼 차림의 김범석은 강연자로 나선 박지영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가 수훈선수 인터뷰를 가정해 던지는 질문에 술술 답했다. 첫 선발 경기에서 MVP로 선정된 소감을 묻자 “팀이 좋은 결과를 낸 게 기쁘다”고 했고, 선발투수와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는 물음엔 “‘편하게 하자’고 했다”며 능청을 떨었다. 삼성 라이온즈 2라운더 박권후는 자청해 마이크를 잡곤 가수 정승환의 발라드 ‘너를 만나’를 열창했다. 음이탈을 불사한 ‘재롱’에 객석에선 너나 할 것 없이 폭소를 터뜨렸다.
그런 선수들도 대선배 앞에선 사뭇 진지해졌다. KBO 레전드인 박용택 KBSN 해설위원은 후배들을 위해 단상에 올라 프로야구 선수로서 갖춰야 할 자세를 역설했다. 박 위원은 “프로는 일주일에 6번씩, 1년이면 10개월 동안 경기를 치른다. 항상 호흡을 길게 가지라”며 “몸 관리를 제대로 못 하는 선수치고 롱런하는 선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 번 몸담은 이상 영원히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란 꼬리표가 붙을 거란 뼈 있는 조언도 이어졌다.
허구연 KBO 총재 역시 따뜻한 인삿말만 건네지는 않았다. “잘 되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는 출발점에서 어떤 생각을 품는지에서부터 갈린다”며 입을 연 그는 “KBO에서 꿈을 이루려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음주운전 등 일탈 행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허 총재는 “이제 한국 프로야구에 ‘야구만 잘 하는 선수’는 필요 없다”며 “기부를 비롯해 사회적인 지위에 걸맞게 요구되는 것들도 잘 해내야 한다”고 단언했다.
대전=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