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 눈 위에서 꿈틀?’…“낯선 장면, 기후변화 탓”

입력 2023-01-13 00:02
지난 9일 변산반도국립공원 내에서 발견된 누룩뱀.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 제공

최근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여느해보다 일찍 겨울잠에서 깬 뱀의 활동이 포착됐다.

전라북도 부안의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는 겨울 야생동물 모니터링 중 ‘설상사’(눈 위의 뱀)을 발견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뱀은 누룩뱀 종이다.

겨울철 야외에서 뱀이 발견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누룩뱀은 일반적으로 4월 초 동면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 낮 기온이 높아지면서 평년보다 3개월이나 이르게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변온동물인 뱀은 외부온도에 따라 움직이며 한겨울이라도 날씨가 따뜻하면 겨울잠에서 깨어날 수 있다.

사무소 측에 따르면 누룩뱀이 확인된 지역은 변산반도국립공원 내변산 와룡소 인근이다. 온·습도 데이터 수집 장비를 통해 확인한 결과 뱀이 발견된 9일 최고온도는 8도였다. 지난해 1월 9일 낮 최고 온도는 5도, 2021년 1월 9일 낮 최고 온도가 영하 6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년 온도가 꾸준히 오르고 있는 셈이다.

권은정 자원보전과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변화가 누룩뱀 생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기후변화에 취약한 생물종의 생태계 보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누룩뱀은 개구리나 설치류, 새알 등을 섭식하는 종으로 독은 없다. 동면은 다른 종에 비해 늦는 편이며,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1월 초에도 야외에서 관찰된다.

류동환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