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예비신부를 잃은 생존자 A씨는 12일 “같은 슬픔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며 정부에 유가족 모임을 만들어줄 것을 촉구했다.
익명을 요청한 A씨는 이날 오후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2차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저는 올해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이자 생존자다. 하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로 인해 저의 예비신부를 잃었다”고 했다.
A씨는 “10월 29일도 결혼준비를 위해 웨딩플래너와 상담이 있었고 이를 마치고 귀가 전 이태원에 잠시 들렀다”며 “이태원 도착 시간은 10시 2분이었고 도착 후 15분만에 참사를 당했다”고 했다.
A씨는 “인파에 휩싸여 순간 정신을 잃었고 그 순간 여자친구를 놓쳤다”며 “그러다 갑자기 정신을 차렸고 여자친구를 찾으니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고 했다.
A씨는 참사 당시 현장에 “사람이 많았지만 그곳에 경찰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라며 “부상자 한 분마다 전문인력이 전담하였다면 1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구조 인원도 부족하고 사람들을 눕히는 공간도 협소하여 구조 활동은 매우 더뎠다”며 “초기 대원은 어떤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왜 소수 인원만 출동했는지 의문이다. 처음부터 많은 인원이 투입되었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A씨는 159번째 희생자를 언급하며 “저 역시 지금도 그런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고 했다.
A씨는 “힘든 시간을 버티고 견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약혼자 가족들 덕분이다. 희생자를 잃었다는 슬픔에 대해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버텨낼 수 있었다”면서 “이러한 공감이 없었다면 저 역시 159번째 희생자 같은 선택을 했었을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그래서 유가족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는 그런 모임 만들어주지 않았다”면서 “이것 또한 2차 가해다. 더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발 저희의 요청에 응답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