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발신 전화 ‘010’ 조작한 보이스피싱 일당 4명 구속

입력 2023-01-12 16:10 수정 2023-01-12 16:13

보이스피싱을 위해 국제전화 발신 번호를 일반 휴대전화에서 걸려온 것처럼 조작한 일당이 적발됐다. 범죄를 노린 국제전화를 국내에 머무는 타인의 휴대전화로 인식하도록 해준 뒤 거액을 챙겼다.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 또는 문자를 보낼 때 쓰는 전화번호를 일반 휴대전화인 것처럼 조작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위반)로 20대 남성 A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에 따라 휴대전화 수십 개에 타인 명의 USIM 칩(회선 개통에 쓰이는 IC 카드)을 삽입하는 수법으로 해외 발신 국제전화를 국내 휴대전화에서 건 것처럼 ‘010’으로 조작해준 뒤 일당과 수수료를 챙긴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일정한 직업이 없는 이들은 사기 전화 콜센터가 피해자를 주로 속일 때 쓰이는 전화 회선을 조작·관리하는 역할을 도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된 이들은 20대가 대부분으로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보안이 강화된 메신저 앱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010’ 조작 대가로 일당 50만 원씩 등을 받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1명은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하다 기소되자 형사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 등의 조작을 통해 손쉽게 피해자를 속인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은 수사기관이나 가족으로 속이는 등의 수법으로 그동안 4억여 원의 보이스피싱 범죄수익을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부터 보이스피싱 중계기 단속 활동을 강화해온 광주경찰은 그동안 이들이 010 조작 중계소로 활용한 오피스텔, 원룸 등을 급습해 범행에 사용한 휴대전화 202대, 불법 개통 유심칩 760개를 증거물로 압수했다.

경찰은 A씨 등을 상대로 또 다른 공범과 해외 등의 윗선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희주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은 “A씨 등은 ‘인터넷 모니터링 부업’, ‘재택 알바’ 등 고액 아르바이트 유혹에 속아 010 조작을 위한 중계기 단말기를 원룸 등에 설치하고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해왔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