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를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 수사 과정에서 폐기한 사실혼 배우자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부장판사 주진암)는 12일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는데, 이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중요한 증거 자료가 저장됐을 것으로 보이는 휴대전화를 인멸해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적절한 형사사법권 행사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 합당한 형사적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A씨가 유 전 본부장의 처벌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한 상황에서 휴대전화를 폐기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A씨가 유씨에게 ‘구속되더라도 기다리겠다’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낸 점, 자신의 휴대전화로 정민용 변호사(전 공사 전략사업실장)와 통화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사실혼 관계에 있는 유동규를 위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이고 유동규가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 일부를 수사기관이 확보할 수 있게 협조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29일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 하기 직전 그의 연락을 받고 미리 맡아둔 휴대전화를 부순 뒤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 휴대전화에는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개발사업 관계자들과 대화한 기록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검찰은 폐기된 휴대전화를 찾지 못했다.
A씨는 줄곧 ‘유 전 본부장의 결별 요구에 화가 나 휴대전화를 부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유 전 본부장 측도 “증거인멸을 교사한 일이 없고, 설령 그와 같은 일이 있더라도 (법적 부부가 아닌 만큼) 법리상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다 A씨와 유 전 본부장 모두 입장을 바꿔 증거인멸 사실을 자백하며 혐의를 인정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달 결심공판을 앞두고 ‘증거인멸교사 행위를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A씨는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제가 법적인 지식에 무지해 남편이 버리라고 했더라도 보관해야 했는데 생각 없이 버린 것을 후회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