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남성에게 살인죄 유죄를 선고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2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손모씨와 1999년 11월 제주에서 이 변호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에는 경찰이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장기미제 사건이 됐는데, 2019년 김씨가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에 제보를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이 변호사에 대한 상해를 사주 받고 손씨와 범행을 공모했는데, 손씨 혼자서 상해를 가하려다 일이 잘못돼 이 변호사가 사망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손씨는 2014년 8월 사망했다고도 말했다.
수사기관은 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재수사에 나섰고 그를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했다. 김씨가 해외체류를 했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1심은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방송에 제보한 진술은 신뢰할 수 있다”면서도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살인 혐의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취재진을 협박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반면 항소심은 김씨를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보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범행 현장 상황과 이 변호사가 입은 상처 부위와 내용 등을 종합하면 손씨의 살인 고의는 충분히 인정되고, 김씨에게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한번 뒤집혔다. 대법원은 살인죄와 관련해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김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1999년 조직폭력배였던 김씨는 자신의 두목이 집에서 범행을 지시했다고 진술했는데, 당시 해당 두목은 교도소에 수감중인 상태였다. 직접 범행을 저지른 손씨의 도피과정에 대해서도 김씨는 일관성 있는 진술을 내놓지 못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진술 외에 손씨와 이 사건 범행의 관련성을 인정할 만한 다른 증거가 없다”며 “이는 제보 진술의 구체성과 신빙성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사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씨가 이 사건 흉기 제조 방법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을 두고도 “피해자의 부검 결과 및 그에 따라 추정되는 흉기의 크기, 형태에 대하여 자세히 보도됐으므로 이를 통해 추측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