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밀리고 코로나19에 치여 사라지는 동네 서점’
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지역 동네서점들이 경영난으로 잇따라 폐업하고 있다. 광주에서만 지난해 18곳이 문을 닫아 별도의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역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하는 동네서점이 2021년 116곳에서 지난해 98곳으로 1년 새 18곳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구별로는 동구가 10곳, 서구 4곳, 남구 1곳, 북구 3곳 등이다.
동네서점 폐업은 임대료와 인건비 등의 재정지출은 많이 늘어난 데 비해 도서판매 매출은 지속해서 떨어져 적자가 누적된 탓이다. 해마다 성장 중인 온라인 서점과는 대조적이다.
2020년 상반기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 범유행 이후 온라인 도서시장은 더 확대됐지만 오프라인 동네서점은 맥없이 쪼그라들고 있다.
장기간 동네서점을 운영해온 업주들은 “단골손님들의 요청에 못 이겨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임대료가 더 싼 동네로 옮기거나 서점을 아예 매물로 내놓은 곳도 많다”는 반응이다.
각 자치구는 관공서·공공기관의 도서 우선구매와 서점 창업상담, 교육·홍보 등을 지원하는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를 저마다 제정했지만 유명무실하다. 조례가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에 그쳐 동네서점에서 책을 구매하지 않는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효성 없는 지역서점 등록기준과 관공서 구매 방식이 자치구마다 다른 것도 문제다. 온라인 서점 출현 이후 근근이 연명해온 동네서점들은 이에 따라 가속화되는 고객 이탈을 막지 못하고 속절없이 주저앉고 있다.
실제 동구는 헌책방과 서점을 겸업하는 도매업체는 신규 도서를 구매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등록서점에서 제외하고 있다.
북구는 동네서점마다 순번을 정해 도서구매에 나서고 있으나 액수가 들쭉날쭉하다. 남구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간헐적으로 다른 자치구 동네서점에서 도서를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5개 자치구 중 광산구만 유일하게 공공기관 우선구매를 전제로 한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를 충실히 시행 중이다. 광산구는 인증기준을 충족한 동네서점에 인증서를 내주는 ‘지역서점 인증제’를 도입해 동네서점에 최대한 우선권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인증제 덕분인지 광산구의 동네서점 22곳 중에서는 지난해 1곳도 폐업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동네서점이 낡고 진부한 ‘책만 파는 공간’에만 머물지 말고 과감한 변신을 꾀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젊은 층을 겨냥한 세련된 인테리어로 새단장하고 소극장처럼 이따금 영화를 상영하거나 독서모임을 열어 소통 창구를 다양화하는 등 자구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소비 주축인 20,30대의 눈높이에 맞춘 획기적 생존전략을 마련하고 경쟁상대인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 서점은 시도하기 힘든 틈새시장을 노려 파고 들어야한다는 목소리다.
동네서점 업주 김모(57)씨는 “동네서점 활성화 정책이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행정에 머물고 있다”며 “설 자리를 내주고 무너져내리는 지역문화 거점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지원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