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선 경찰서 간부가 자신이 해결한 사건 피의자 어머니에게 이성적으로 접근해 수차례 부적절한 요구를 한 사실이 드러나 직위해제됐다.
자녀의 일탈로 마음고생을 하던 A씨는 자녀 사건을 해결해준 서울 강서경찰서 소속 B경위로부터 지속적으로 만남을 요구받다가 지난달 27일 어쩔 수 없이 불려 나간 술자리에서 성관계 요구를 받았다고 12일 YTN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술자리에서 취한 B경위는 술을 따르는 척하며 A씨의 손을 잡는 등 신체 접촉을 여러 번 시도했다. 두려워진 A씨는 몰래 녹음을 하기 시작했고, 해당 녹취 파일에는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B경위는 자녀의 사건을 처리해줬는데 밥이나 커피 한 번 산 적이 없다며 이리저리 말을 돌리다가 급기야 부적절한 관계를 요구했다. 그는 “나 당신이 되게 좋은데, 같이 가면, 보면 안 될까”라고 제안했고, 이에 A씨가 “가끔씩 이렇게 술 한잔하고?”라고 응대하자 “응, 같이 하고, 같이 자고 그러면 안 될까”라고 했다.
A씨는 자녀가 연루된 사건을 맡은 현직 경찰관이라는 두려움에 어떻게든 상황을 풀어보려 했지만, B경위의 요구는 더욱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B경위는 “집에서 깔끔하게 한번 보고 싶어. 나 진짜, 너무 예뻐요. 나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이에 A씨가 ‘술 그만 드셔야겠다’고 저지하자 그는 “같이 자면 어떨까요”라고 재차 강요했다.
A씨는 집에 잠시 다녀오겠다며 가까스로 자리를 피했다. B경위는 A씨가 말없이 가버린 데 대해 서운함을 토로하다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A씨의 문자메시지를 받고서야 연락을 멈췄다.
이후 B경위는 사건을 무마하려 돈으로 회유하려는 시도까지 했다. B경위는 A씨와의 통화에서 “금전적이라도 조금이라도, 어머니 병원이라도 가시고, 그렇게 해서 좀 보답드리고 싶다”고 얘기했고, 이 또한 녹취 파일로 남았다.
현직 경찰관은 사건 관계인과 사적으로 접촉해선 안 되고 불가피할 경우 미리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B경위는 이런 사실을 숨기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근무를 계속했다. 직속상관과 감찰 부서에서도 언론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상자(B경위)는 즉시 대기발령 조치했고 직무에서 배제했다”며 “앞으로 상세한 조사를 통해 징계 등 후속 조치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A씨는 B경위의 공식 사과와 함께 경찰 당국의 철저한 처벌을 요구하는 한편, 법적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