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올해 국방 목표로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을 제시했다.
특히 한·미 군 당국은 오는 2월 북한이 실제 핵무기를 사용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미국에서 실시할 계획이다.
한·미는 또 올해 전반기 연합연습을 11일간 연속훈련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이는 역대 한·미 연합연습 중 가장 긴 연속 훈련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의 올해 국방정책을 보고했다. 국방부는 올해 핵심 과제로 북핵 위협을 억제하는 ‘공세 전략’을 설정했다.
윤 대통령은 업무보고 자리에서 “상대방의 선의에 의한 평화, 어떻게 보면 지속가능하지 않은 평화를 우리는 가짜평화라고 한다”며 “선의에 의한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일시적인 가짜 평화에 기댄 나라들은 역사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고, 다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우리의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한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방부는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 즉 핵우산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정보공유·협의절차·공동기획·공동실행 등 4개 분야에서 한·미 협력을 심화할 방침이다. 공동실행의 일환으로 2월 하순 미국에서 실시되는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은 북한 핵 위협부터 실제 핵공격까지 단계적 상황을 가정하고, 한·미 국방부가 협의를 거쳐 상황별 대응 전략을 도출하는 토의식 훈련이다.
한·미 정보공유의 범위도 획기적으로 확대된다.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정보는 물론 역내 미국 핵전력의 배치, 운용 현황 등도 공유된다.
한·미는 또 올해 전반기 연합연습을 1·2부 구분 없이 11일간 연속 훈련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그동안 훈련 기간 주말엔 잠시 중지해온 것이 관례였으나 올해 전반기 연습은 이런 관례를 없애기로 했다.
북한 전역의 핵·미사일 표적을 추적하기 위해 자체적인 대북 감시·정찰능력도 강화된다. 군은 올해 하반기 정찰위성 1호기 발사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800㎏급 정찰위성 5기를 지구 궤도에 쏘아올릴 계획이다. 지난달 2차 시험비행에 성공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도 올해 최종 시험발사가 예정돼 있다.
한국의 독자적 대북억제 방안인 ‘한국형 3축체계’도 보다 공세적으로 탈바꿈한다. 한국형 3축 체계는 유사시 북한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핵·미사일을 방어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공격받은 이후 압도적 전력으로 대규모 보복에 나서는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이뤄진다.
이 장관의 이날 보고에는 ‘북한 미사일 발사 전 교란·파괴 개념 발전’, ’북한 전 지역에 대한 파괴능력 확보’ 등의 표현이 담겼다. 전임 문재인정부에서는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를 꺼렸던 내용들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이를 교란·파괴하는 개념은 사실상 선제타격과 유사하다.
정우진 문동성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