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징용 피해자들 “정부 토론회 발제문도 안줘”…결국 불참

입력 2023-01-11 17:57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지난해 9월 1일 오전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외교부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지원 단체가 12일 국회에서 열리는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 토론회(토론회)’에 불참하기로 했다.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대리인단은 11일 “외교부와 한일의원연맹 회장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인 토론회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 측을 대변해온 임재성 변호사와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예정대로 토론자로 참석하기로 했다.

단체는 “지난 10일 외교부에 토론자·당일 행사 개요·발제문을 요청했으나 발제문은 보안을 이유로 11일 오후 6시까지 제공한다고 했다”며 “아무리 요식행위로 치른다고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당사자 측에 발제문도 미리 보여주지 않고 참석하라고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냐”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동주최 측이 알려진 것과 달리 ‘한일의원연맹’이 아닌, 외교부와 여당의 특정 의원이 치르는 형식으로 뒤바뀐 것도 상식 밖의 일”이라고 덧붙였다.

토론회는 당초 한일의원연맹과 함께 열기로 했으나 연맹 소속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연맹 회장인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과 공동 주최하는 것으로 변경된 바 있다.

단체는 또한 “토론회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답을 정해 놓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이미 원고 측과 무관하게 한국이 먼저 해결책을 발표하고, 가해자인 일본 피고 기업이 져야 할 배상금을 난데없이 한국 기업의 기부금을 모아 원고에게 지급하는 방안으로 정해뒀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권리 실현 문제이자 국익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를 무엇에 쫓기듯 이렇게 날림으로 치르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라며 “외교부 행태는 당사자인 피해자 측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 노골적으로 모욕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앞서 외교부는 12일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서민정 아시아태평양 국장, 심규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이 발제를 맡았다.

외교부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한국과 일본의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기부받아 일본의 피고 기업 대신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 해법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피해자 일부가 불참을 선언하며 토론회는 ‘반쪽자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이지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