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ICT) 기술이 융합된 최첨단 전기 추진 스마트 선박인 ‘울산태화호’가 10일 첫 출항 했다.
울산신항에서 탄 태화호는 자율운항 선박 시장에 나설 우리 기술의 첨병이었다. 태화호의 첫인상은 기존 일반 선박과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널찍한 조타실에 들어가면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스마트 선박이라는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조타실 가운데에 자율운항의 컨트롤 타워격인 화상 설비가 설치돼있었다. 이 화상 설비는 엔진·레이더 등 선박 구동에 필요한 핵심 장치들과 연결돼 있다.
총사업비 448억이 투입된 태화호에는 선박 통합제어 시스템, 스마트 운항 보조 시스템, 이중 연료 엔진 시스템 등 32개에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이 적용됐다.
운항을 시작하자 일반 선박과 차이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선박이 부두에 나와서 경로로 진입할 때는 사람이 직접 조종했다. 하지만 부두를 떠나 경로에 진입하자 해상지도에 표시된 길에 따라 선박이 자동으로 운항했다.
선박 외부에 설치된 카메라가 전후좌우를 실시간으로 살피며 충돌 위험을 감지했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맞은편에서 다른 선박이 오자 선박이 알아서 우측으로 비켜 주행했다. 위험이 인식되면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회피 운항을 한다.
태화호는 국내 최초 직류 기반 하이브리드 전기 추진선인 만큼 내연기관 보트를 탈 때 경험하는 기름과 매연 냄새로 인한 불쾌감을 느끼지 못했다. 여기에 강렬하게 귀청을 때리는 엔진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아 편안한 시승을 배가시켰다. 옆으로 스쳐 가는 일반 선박에서 잿빛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과 대비됐다.
태화호는 대용량 변압 설비를 설치하지 않아도 돼 무게를 교류 방식 선박보다 30%가량 줄일 수 있다. 배터리 외에도 LNG와 경유를 연료로 사용한다. 운항 환경과 속도에 따라 배터리로만 추진하는 제로 이미션(Zero Emission), 엔진으로 추진하는 일반 항해(Normal Seagoing), 엔진과 배터리를 모두 사용하는 부스팅(Boosting) 등 3가지 모드를 선택해서 운영할 수 있다.
태화호 선박은 무게 2700t으로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길이 89.1m, 폭 12.8m, 높이 5.4m(4층)다. 속도는 최대 16노트(시속 30㎞), 정속 14노트(시속 26㎞)에 달한다.
울산시는 태화호 건조로 전기추진 체계 국산화를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동시에, 중소기업 실정 지원을 통한 판로 개척 등 친환경 기자재 기업 육성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화호는 앞으로 전기추진선 기자재 실증 사업에 기여한 뒤, 지역 해양 명소인 간절곶, 대왕암, 장생포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과 연계한 해양관광에 활용될 예정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조선해양 산업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인 친환경·고성능 선박 건조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울산 조선해양 산업이 국제적인 경쟁 우위를 공고히 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