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지주회사…30대 그룹 2012년 8곳→2022년 15곳

입력 2023-01-11 13:02

30대 대기업 중 총수가 있는 25개 그룹 가운데 15곳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됐다. 또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외한 대기업 대부분이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30대 대기업 중 총수가 있는 25개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변화를 조사한 결과 지주회사 체제가 2012년 8곳에서 2022년 말 현재 7곳이 늘어난 15곳이라고 11일 밝혔다.

2012년 말 지주회사 체제였던 그룹은 SK, LG, GS, CJ, 두산, LS, 부영, 하림 등 8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롯데, HD현대(구 현대중공업), 한진, DL, 금호아시아나, HDC, 효성 등이 새로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현대백화점도 현대백화점, 현대그린푸드를 인적 분할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10년 전만 해도 총수 체제 25개 그룹 중 8곳(32%)에 불과하던 지주회사는 이제 15곳(60%)으로 절반 이상이다. 김성춘 CEO스코어 팀장은 “과거 많은 대기업이 순환출자 형태로 계열사를 지배했지만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각 계열사 독립 운영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커졌다”면서 “대기업들도 여론과 정책에 따라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순환 출자의 위험성을 보여준 대표적 경우는 STX그룹이다. STX조선해양은 2009년 전 세계 수주잔량 4위에 오를 정도로 잘 나갔다. STX는 조선업과 해운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해운업과 조선업 동반 침체가 왔을 때 버티지 못했다. 순환출자 구조 때문에 다른 계열사까지 어려워졌고 2013년 침몰했다.

2014년 해체된 동양그룹도 비슷한 경우다. 자금난을 겪던 동양그룹의 불합리한 자금 조달 문제가 크게 불거지면서 동양시멘트 등 다른 계열사까지 부도를 맞았다.

30대 기업의 고질적인 순환 출자 구조도 대부분 해소됐다. 최근 10년간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HD현대, 한진, DL, 중흥건설, 현대백화점, 금호아시아나, HDC, 영풍 등 11개 기업이 만성적인 순환출자 상태였지만 2022년 말에는 현대차그룹을 제외하고 모두 이를 해소한 상태다. 2014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순환출자 현황이 공시 대상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 합병을 통해 순환출자 구조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의 반대로 무산됐다. 재계 관계자는 “순환 출자는 적은 비용으로 사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지주회사는 장점도 있지만 기업의 확장과 투자 면에서 보면 아쉬운 면이 있다”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