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등산 면접’에 기겁”… 당신의 선택은?

입력 2023-01-11 08:39 수정 2023-01-11 10:23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코로나19로 비대면 면접을 보는 기업이 늘어난 가운데 한 중견기업에서 등산면접을 실시하고 있다는 소식이 이목을 끌었다.

10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견기업 서류 붙었는데 바로 취소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캡처된 한 카카오톡 채팅방에는 “중견기업 서류에 붙어서 면접 경험하러 가볼까 했는데 등산면접이어서 바로 취소했다”는 한 구직자 A씨의 발언이 나왔다. A씨는 “면접이 7시간”이라며 진땀을 흘렸다.

이 게시물에는 해당 기업의 면접 세부 일정이 올라왔다. 일정에 따르면 오전 9시부터 1차 면접 입실이 시작돼 채용설명회가 이어졌다. 이어 조별 아이스브레이킹 및 토론 주제 선정 후 점심을 먹고, 오후 12시40분부터 등산 면접이 시작됐다. 장소는 수원 광교산이었다.

2시간40분간의 면접 이후에는 조별 토론면접이 이어졌다. 이날 1차 면접 일정은 오전 10시 채용설명회를 시작으로 오후 5시40분까지 약 7시간으로 예정돼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 기업이 실시한 등산 면접 후기도 관심을 받았다. 2014년 하반기 채용 공고에 지원해 등산 면접을 봤다고 밝힌 B씨는 “점심시간 이후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을 갖고 광교산으로 등산을 시작하는데 등산 시간은 왕복 2시간 정도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별로 중간 직급의 직원분이 담당 교관으로 배정돼 교관 1명이 동행하고 등산하면서 단어, 숫자, 사자성어 등 5개의 키워드를 획득하면 된다”며 “등산을 마치면 강당에 모여 조별로 키워드를 조합해 준비한 발표를 하고 질의응답, 개인별 질문을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면접 본 느낌으로는 협력적이고 조직에 융화가 잘 되는 사람을 선호하는 듯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해의 또 다른 지원자 C씨는 “면접은 등산으로 시작해 산에서 키워드를 획득한 뒤 조별로 발표한다”며 “면접 분위기는 대체로 좋고 직무 강점보다는 인성에 대해 강조해서 인재를 중요시하는 기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적었다.

이 기업은 뉴스1과 통화에서 등산 면접 관련 질문에 “2013년 상반기 공채부터 시작한 면접 형태로, 2019년 하반기에 코로나로 인해 잠시 멈췄다가 2023년 상반기부터 재개했다”고 밝혔다.

기업 관계자는 “인성 면접을 등산 면접 형태로 보는 것이다. 보통 대면 면접의 경우 15~20분 진행하는데, 이 시간만으로는 인성 평가를 하기 쉽지 않다”며 “이에 지원자들에게 여러 가지 상황과 미션을 주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지원자들의 인성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주말에도 등산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는 “전혀 그런 거 없다. 면접 때만 활용하는 방식이고, 주말이나 근무 외 시간에 등산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등산 면접 전에 회사를 소개하는 건 우리 기업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보니까 지원자들에게 회사나 직무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라며 “회사 소개, 점심시간 등을 생각하면 실제 면접 시간은 3~4시간 정도”라고 했다.

또 “면접비는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최소 3만원에서 최대 10만원을 지원해주고 있다”며 “등산 면접은 능력보다 인성을 평가하는 거다. 매번 해왔던 것이고, 인성 평가이므로 등산 면접 후 진행하는 토론에서도 내용이 어렵고 심오하지 않다. 발표를 잘하고 전문지식을 많이 가졌는지 보는 게 아니라 태도나 인성을 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해당 기업이 어디인지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이 기업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 업력 52년 차”라며 “직원 350명에 평균 연봉이 5500만원 정도”라고 주장했다.

‘등산 면접’에 대한 누리꾼들의 입장은 엇갈렸다.

‘문제될 게 없다’는 누리꾼들은 “채용 시스템은 회사 마음이다” “지원자가 선택할 문제” “그 회사가 목표였으면 나쁠 게 없다” “뒷산 수준이고 딱딱하고 긴장되지 않은 분위기에서 간편한 복장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 “등산 좋아하면 괜찮을 것 같다” “어차피 면접은 서로를 거르는 과정”이라고 했다.

반면 ‘거부감이 든다’는 누리꾼들은 “저거 보고 지원 안 했던 기억이 난다” “채용이 잘 안 되면 알아서 바꿀 것” “도대체 무슨 회사길래 이 정도의 면접이 필요한가” “시간을 너무 뺏는다”고 반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