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으로 검찰에 출석해 약 12시간의 조사를 받은 이튿날,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으로 간다.
이 대표는 11일 오전 10시 민주당 인천시당 대회의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오후에는 ‘국민 속으로 경청투어’라는 이름으로 민생 행보를 이어간다.
이 대표는 인천신항을 찾아 무역 적자 및 수출 상황과 관련한 간담회를 한 데 이어 모래내시장을 방문해 상인 및 지역 주민을 만난다. 인천의 한 호텔에서 열리는 ‘찾아가는 국민 보고회’에도 참석해 지역 당원 및 시민과 만나 정국 현안 등을 두고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 대표가 검찰 조사 직후 민생 현장을 찾는 것은 그간 자신에게 제기된 ‘사법 리스크’ 우려와 관련해 어느 정도 부담을 해소했다고 보고 다시금 민생 행보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전날 심야까지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조사를 마친 뒤 오후 10시42분쯤 수원지검 성남지청 본관을 나선 그는 “답은 정해졌고 기소할 것이 명백하다. 조사 과정에서도 그런 점들이 많이 느껴졌다”며 “제시한 자료들을 봐도 제가 납득할 만한 근거는 없었다. 결국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등 기업들로부터 17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는 미리 준비한 A4 용지 6장 분량의 서면진술서를 제출한 뒤, 검찰의 질문에는 대부분 ‘서면진술서 내용으로 갈음한다’는 식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질문에는 의혹을 부인하는 취지의 구체적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서면진술서에는 기업이 지급한 돈은 후원금이 아닌 광고 계약에 따른 광고비라는 점, 두산그룹의 병원 부지를 용도변경 해준 것은 공익을 위한 적법한 행정이라는 점, 구단의 광고 영업에 관여한 바 없다는 점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검찰 출석을 위해 성남지청에 도착해 “검찰은 이미 답을 다 정해놓고 있다. ‘답정(답이 정해진) 기소’”라며 “검찰에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어 “성남FC 직원이 광고 유치하면 세금을 절감해 성남시민에게 이익이 될 뿐이지 개인 주머니로 착복할 구조가 아니다”라며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 표적 수사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