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서로 갈음” 입 다문 李?… 민주 “檢, 억지 여론 조장”

입력 2023-01-11 04:51 수정 2023-01-11 09:56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의 피의자로 12시간 동안 조사를 받으면서 미리 준비해온 진술서로 대부분의 답변을 갈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대부분의 질문에 “더 상세히 설명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 대표가 사실상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 측은 입장문을 내고 “사실이 아니다”라며 “억지 여론 조장”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검찰에 출석해 별도의 티타임 없이 곧바로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수 성남지청장이 야당 대표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짧은 차담을 제안했지만 이 대표 측은 “바로 조사를 받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李 “어차피 기소… 법정서 진실 가려질 것”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대표는 조사 시작과 함께 조사를 맡은 유민종 형사3부장에게 ‘제3자 뇌물죄’ 적용에 반박하는 내용이 담긴 A4 용지 6장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이 대표 측은 이 진술서에서 두산건설 등 기업이 성남FC에 지급한 돈은 불법 후원금이 아닌 광고비고, 당시 성남시 행정은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취지의 주장을 담았다고 한다. 민주당은 앞서 이 대표의 검찰 출석 과정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요약한 A4용지 4장 분량의 문서를 출입기자들에게 전달했다.

이 대표는 검찰 질문 상당수에 “진술서로 입장을 갈음하겠다” “이외에는 의견을 묻지 마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한 검찰 관계자는 “사실상 진술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검찰에 출석하기 전에 카메라 앞에서 한 말이 훨씬 많다”며 “질문을 하면 ‘왜 의견을 묻냐’고 답하고, 실질적인 답변을 진술서로 대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조사를 마친 뒤 “어차피 답은 정해져서 기소할 것이 명백하고, 조사 과정에서도 그런 점들이 많이 느껴졌다.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검찰 기소를 직감한 모습이었다. 수사가 아닌 재판 단계에서 제대로 혐의를 다투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 출석을 앞두고도 “검찰에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 “진술거부 사실 아냐… 진술서 바탕으로 응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대표가 사실상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은 반박 입장을 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이 대표가 진술 거부를 하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 대표는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바탕으로 조사에 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고 억지 여론 조장을 하는 것은 무리한 검찰수사라는 사실을 방증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10시42분쯤 성남지청 본관을 나섰다. 조사에 약 12시간이 걸린 셈이다. 이 대표는 자리를 지키던 당 지도부 의원들과 악수하며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게 했다는 의미로 “죄송합니다”는 등의 말을 건넸다. 기다리던 취재진에게도 “늦은 시각까지 기다려줘서 고맙다. 충실하게 설명할 부분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조사 후에도 고성… “머리 숙여” vs “김건희 특검하라”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후 이 대표가 말을 이어가려 하자 그를 반대하는 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이재명씨, 대X리 숙여”라고 외쳤다. 이에 지지자들은 “김건희를 특검하라” “이재명은 죄가 없다”는 말로 응수하면서 주변이 소란해졌다.

이 대표를 기다리던 100여명의 지지자는 이 대표 이름을 연호하며 ‘정치검찰 타도’ 등이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이 대표는 이들 사이를 지나며 인사를 나눈 뒤 기다리고 있던 차에 올라타 손을 한 번 흔들고 오후 10시48분쯤 자리를 벗어났다. 길 반대편에서는 반대 단체 회원들이 “이재명을 구속하라”고 외치면서 집회를 한동안 이어갔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