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10일 나경원 전 의원의 차기 당 대표 출마 여부를 둘러싼 여권 내 견제 움직임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딱 지목하니까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달려들어서 집단 린치를 하고 왕따를 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KBS 대구·경북 7시 뉴스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에 대한 대통령실의 여러 가지 대응을 보면 너무 폭력적이고 너무 과하다”면서 “무슨 학교폭력 사태에서 보는 그런 비민주적인 모습을 보면서 이건 정말 아니다, 당이 이렇게 거꾸로 가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임명직 장관급 공직자”라며 “그 사람이 정책에 대해서 한마디 한 걸 두고 용산의 대통령실이 몇 날 며칠을 두고 계속 노골적으로 거칠게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이 저출산 대책으로 언급한 ‘대출 탕감’ 정책을 놓고 대통령실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전 의원은 이어 “누가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안 하고는 본인의 자유이고 본인의 결심”이라며 “이걸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의 권력으로 누르려는 건 정말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용산에서 딱 표적을 만들어서 좌표찍기를 하면 대통령한테 아부하고 충성하는 사람들이 벌떼 같이 달려들어 융단폭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저도 지난 1년 가까이 정말 많이 당했다”며 “그걸 지금 나 전 의원에 대해서 하는 걸 보고, 이 당이 이렇게 가서야 되겠느냐는 생각과 걱정이 굉장히 든다”고 덧붙였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이날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10월 부위원장직에 임명된 지 3개월 만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 여러 가지 심려를 끼쳐드려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선 “아직 더 고민해야겠다”면서도 “결국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에게 어떤 결정이 도움이 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전당대회의 모습, 전당대회 이후 당의 모습이 과연 내년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지점이 있다”고 부연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