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이 10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고민 중인 나 전 의원은 정부와 조율없이 ‘출산시 대출 탕감’ 발언을 내놓아 대통령실로부터 두 차례나 공개 경고를 받았다.
나 전 의원의 이번 자진 사퇴와 관련해 당권 도전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지, 아니면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시사하는 신호인지 여부를 놓고 해석이 엇갈린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통해 ‘대통령님께 심려를 끼쳐드렸으므로 사의를 표명합니다’라며 윤 대통령에게 사직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장관급 정무직인 저출산위 부위원장의 임기는 3년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3일 나 전 의원을 저출산위 부위원장에 임명했다. 나 전 의원은 3개월 만에 부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의 잇단 경고에 부담을 느끼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의 사의 표명 소식에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의 저출산위 부위원장 사퇴가 당대표 선거 출마로 이어질 수 있어 윤 대통령이 사의를 반려하거나 당분간 사의 수리를 보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친윤(친윤석열)계의 공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 의원들은 나 전 의원을 겨냥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면 정부 직책을 서둘러 내려놓는 것이 순리”라고 압박했다.
나 전 의원은 당대표 출마와 관련해 침묵을 지키면서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저출산위 민간위원 간담회와 경기도당 신년인사회 등 이날 예정된 모든 일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나 전 의원은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1시간가량 만났다.
나 전 의원은 이 의원과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면서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 의원도 “본인(나 전 의원)이 알아서 하시겠지”라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이 저출산위 부위원장을 내려놓은 것과 관련해 당권 도전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전망에 조금 더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나 전 의원은 11일 서울 동작구 신년인사회 참석하며 공개 행보를 재개한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원래 정해져 있던 일정”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이 갑자기 코너에 몰리면서 전당대회에 안 나가는 것도 문제, 나가는 것도 문제인 진퇴양난의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나 전 의원을 두고 친윤과 비윤(비윤석열)계 간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친윤계 유상범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두 직책(저출산위 부위원장·기후환경대사)을 맡은 지 3개월밖에 안 되는데, 갑자기 당대표로 나온다고 하면 명분이 많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준석 전 대표는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골대를 들어 옮기는 것으로 안 되니 이제 자기 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고 비꼬았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자 등록일을 2월 2~3일로 결정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