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 불편 모친 방치해 사망케 한 아들…2심도 집유, 왜?

입력 2023-01-10 16:51 수정 2023-01-10 16:53
게티이미지뱅크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1년 넘게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7년간 어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주말에도 출근하는 등 다른 가족들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점, 장애인 지원센터와 요양병원 등 나름의 대책을 찾기 위해 노력한 점 등이 참작 사유가 됐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정재오)는 10일 존속유기치사 혐의를 받는 A씨(40)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00시간의 사회봉사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2020년 5월부터 약 1년2개월 간 어머니 B씨(60)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각자 떨어져 살던 모자는 B씨가 2014년 뇌질환인 수두증을 앓게 되면서 거동이 어려워지자 함께 살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B씨의 상태는 누워 있는 것만 가능한 정도로 악화했다.

A씨는 B씨가 바지에 용변을 봐도 씻겨주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하기 한 달 전에는 식사로 우유만 제공해 B씨의 체중이 30kg 감소했고 결국 B씨는 영양실조 상태에서 발생한 폐렴으로 사망했다.

1심 재판부는 “직계 존속에 대한 유기행위는 그 패륜성에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가족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주말에도 직장에 출근하면서 홀로 어머니의 부양을 맡아온 점, 장애인지원센터를 방문해 상담하는 등 나름의 대책을 세우려 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검사는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피해자를 모시고 7년 동안 동거해왔고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기 위해 노력해왔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