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의원이 10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은 이날 대통령실 김대기 비서실장을 통해 “대통령님께 심려를 끼쳐드렸으므로 사의를 표명한다”고 윤 대통령에 사의를 전달했다.
나 전 의원은 최근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내놓은 ‘대출 탕감’ 저출산 대책을 놓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어왔다. 정부 정책 기조와 정반대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었지만 ‘친윤’(친윤석열)계가 당 대표 후보로 김기현 의원에 힘을 싣는 가운데 나 전 의원 출마를 견제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나 전 의원은 이번 사의 표명과 별개로 당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3·8 전당대회 당권 도전으로 마음이 기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이철규 의원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약 1시간 동안 회동했고, 나 전 의원은 회동을 마친지 두 시간여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이 의원과 회동을 마친 뒤 “(출마 여부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 의원도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우연하게 만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당대표 출마 여부, 부위원장직 사퇴 등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아니었고, 인간적인 대화를 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본인이 알아서 하실 것”이라며 “어제 그제 사이에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나. 동료 의원이었고 이럴 때 대화도 해야할 것 아닌가”라고 이번 회동의 취지를 거듭 강조했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