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봉입니까” 광주전남 버스, 툭하면 운행중단

입력 2023-01-10 12:06 수정 2023-01-10 14:19

“시민이 봉입니까”

광주·전남지역 버스업체가 재정난을 내세워 잇따라 운행중단에 들어갔다. 연료·인건비 인상에 따른 적자를 이유로 시민의 발 역할을 하는 버스가 운행을 멈추면서 불편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뾰족한 방안이 없어 속수무책이다.

광주 광산구 평지·봉정마을 주민들은 지난 9일 광산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제멋대로 운행하는 720-1번 마을버스 노선을 없애고 시내버스 정규 노선을 연장하거나 신설해 ‘이동권’을 보장해달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평소 배차 간격이 2시간이나 되는 마을버스는 눈이 오는 등 기상여건이 악화하면 수시로 운행을 하지 않고 종점 이전에 버스를 되돌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차라리 마을버스 운행 사업권을 폐지하고 대신 인근 명화동을 오가는 97번 시내버스 노선에 평지·봉정마을을 포함해 달라”고 촉구했다.

2개 마을을 유일하게 운행하는 마을버스 운영업체 ‘광산버스’는 지난달 재정난과 운전원 부재를 이유로 3개월간 휴업신고를 냈다. 해당 마을버스의 주요 노선은 2개 마을과 광주송정역, 명화동 등이다.

광산버스 측은 “연료비가 폭등해 연간 6000만~8000만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1명의 노선 전담 운전기사가 최근 병원에 입원해 민간 영세업체로서 불가피하게 운행을 중단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업체 측은 “어떤 업체가 운행을 맡아도 적자가 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광주시나 광산구가 마을버스 재정지원을 늘려주거나 준공영제로 전환하지 않는 한 정상운행은 당분간 힘들다”고 해명했다.

광산구는 이에 대해 평지·봉정 마을 주민들에게 월 2회 제공하던 택시 이용권을 월 4회로 늘리고 광주시에 시내버스 임시배차를 요청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전남 목포에서도 시내버스 150여 대가 지난달 12일부터 태원여객·유진운수 등의 가스연료비 체납으로 운행을 멈췄다.

이들 버스회사는 애초 지난해 10월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조 측의 총파업으로 운행중단에 들어갔다. 한달 가까운 파업 이후 임금 3.2% 인상과 만근일 조정을 전제로 6개월 임금보전 적용에 합의하고 11월 들어 운행을 재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버스회사 측의 CNG 연료비 25억 원 체납으로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돼 시민과 학생들만 출퇴근·등하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 목포경실련과 목포문화연대 등은 9일 목포시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2개 업체가 방만한 경영으로 혈세를 빼돌리고 있다며 시내버스 업체 대표이사를 사기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참다못한 시민단체들은 “2개 시내버스 회사 대표가 자구책은 강건너 불보듯 하면서 시민혈세만 의존하는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목포시의회도 특단의 경영개선이 어렵다면 면허권을 반납하라고 회사 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목포시는 9일 고심 끝에 태원여객·유진운수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말 굴곡·중복 노선의 개편과 운행 차종 적정화, 재무관리팀 파견, 대표이사 인건비 반납을 뼈대로 제출한 경영개선안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태원여객 등은 지난해에만 목포시에서 118억원 규모의 재정지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목포시는 시내버스 운행중단 직후 전세버스 52대 등 58대의 임시차량을 동원해 11개 주요 시내버스 노선에서 비상수송에 나서고 있으나 시민과 학생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시는 준공영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목포형 공영제 도입’ 타당성 용역을 발주한다는 방침이다.

박홍률 목포시장은 “전문경영인제 도입과 노선반납, 감차 등 경영 투명성 보장방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관련 법령에 따른 사업면허 취소를 신중히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