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 대표는 성남지청 정문 앞 도로에서 차량에서 내린 뒤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성남지청 본관 건물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성남지청 정문 인근에 이 대표 지지자 600여명과 보수단체, 취재진 등이 뒤엉키면서 이 대표가 200여m를 이동하는 데에만 15분가량 소요됐다.
이 대표가 검찰청에 들어서기 전 포토라인에 서자 몰려든 인파 곳곳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이 대표는 정면을 응시하며 10초가량 아무 말 없이 듣고 서 있었다. 좌중의 소란이 다소 가라앉고 이 대표가 준비해온 원고를 꺼내는 순간 한 시민이 “목소리가 작습니다. 쫄았습니까?”라고 외쳤다.
이를 들은 이 대표는 그 시민을 향해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듯 ‘쉿’하는 소리를 냈다.
이 대표는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현장, 그 자리에 서 있다”면서 “오늘 이 자리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불의한 정권의 역주행을 이겨내고, 역사는 전진한다는 명백한 진리를 증명한 역사의 변곡점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후 10분간 A4 용지 8장 분량의 원고를 읽어내려갔다.
이 대표는 “오늘의 검찰 소환이 유례없는 탄압인 이유는 헌정사상 최초의 야당 책임자 소환이어서가 아니다. 이미 수년간 수사를 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서 없는 사건을 만드는,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이기 때문이다”며 강도 높은 검찰 비판을 이어갔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란 세력들로부터 ‘내란음모죄’라고 하는 없는 죄를 뒤집어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논두렁시계 등등의 모략으로 고통당했다”며 “그것은 사법리스크가 아니라 검찰 리스크였고 검찰 쿠데타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검찰공화국의 이 횡포를 이겨내고 얼어붙은 정치의 거울을 뚫어내겠다”며 “당당하게 정치 검찰에 맞서서 이기겠다”는 말을 남기고 조사실로 향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정청래 박찬대 고민정 김남국 등 민주당 의원들이 도착해 지지자들과 함께 “이재명” 구호를 외쳤다.
이 대표에 대한 조사는 이날 밤늦게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