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FC 후원금 의혹’ 관련 검찰 수사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제1야당 대표가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오늘 이 자리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불의한 정권의 역주행을 이겨내고 역사는 전진한다는 명백한 진리를 증명한 역사의 변곡점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박홍근 원내대표를 필두로 조정식 사무총장, 정청래 박찬대 고민정 서영교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김남국 장경태 의원 등 친명계 의원 다수도 이 대표 뒤에 함께 섰다. 김의겸 대변인 등 민주당 소속 의원 20여명과 당직자들이 대거 동행했다.
이 대표는 이날 짙은 검은색 코트에 어두운 남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그는 미리 준비한 회견문을 양복 안주머니에서 꺼내 약 10분 동안 읽어 내려갔다.
이 대표가 회견문을 낭독하려 하자 현장에 있던 보수 성향의 참석자들 사이에서 “쫄았냐” “어떻게 하면 대장동에서 그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느냐” 등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이 대표는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면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성남FC 직원이 광고를 유치하면 세금을 절감해 성남 시민에게 이익이 될 뿐이지 개인 주머니로 착복할 구조가 아니다”며 “검찰의 이상한 논리는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 표적 수사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특히 “검찰은 이미 답을 다 정해놓고 있다. ‘답정(답이 정해진)’ 기소”라면서 “검찰에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결국 진실은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며 “특권을 바란 바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으로 회견문을 낭독한 이 대표는 검찰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이에 이 대표 지지자들은 “기죽지 마세요”라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현장에 동행한 당 지도부 관계자들과 비장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눈 뒤 조사실로 향했다.
이날 보수단체와 이 대표 지지자들이 성남지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극심한 혼란을 빚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재명을 구속하라”고 외쳤고, 이 대표 지지자들은 “절대 지켜 이재명”이라며 응수했다.
특히 성남지청 정문 인근에 이 대표 지지자 600여명이 집결하면서 이 대표는 200여m를 이동하는 데 15분 가까이 걸렸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조작 검사 박살내자’ ‘정치 검찰 타도하자’ 등의 피켓을 들고 이 대표를 응원했다. 민주당 지지색인 파란 풍선을 흔드는 지지자들도 보였다.
경찰은 12개 중대 900여명을 배치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