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송치된 이기영(31)의 거주지에 남겨졌던 반려동물들이 모두 입양됐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는 10일 이씨가 살던 경기도 파주시 한 아파트에 방치됐던 고양이 3마리와 개 1마리의 입양 절차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 동물들은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가 보호 중이었다. 앞서 이씨가 거주하던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관계자가 주민으로부터 개가 짖는다는 민원을 접수해 파주시청과 경찰에 협조를 구한 뒤 이씨로부터 반려동물 포기각서를 받아 구조했다.
보호소는 20일이 지나도 입양 절차가 이뤄지지 않으면 구조된 동물을 원칙적으로 안락사시킨다. 언론보도를 통해 이 사연을 접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입양을 문의했고, 입양 절차가 진행됐다고 한다.
이씨는 50대 동거녀를 살해한 뒤에도 동거녀가 기르던 반려동물을 키워왔다. 이후 음주운전을 하다가 접촉사고가 난 60대 택시 기사에게 합의금을 주겠다며 집으로 데려와 살해한 뒤 시신을 옷장에 숨긴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이씨가 체포된 뒤 그가 기르던 반려동물들은 빈집에 남겨진 채 방치됐다.
이씨 사건을 계기로 범죄 현장에 남겨진 동물들에 대한 보호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이날 낸 논평에서 “(이씨 거주지의) 동물들이 보호자를 잃은 것으로도 모자라 지자체의 부적절한 행정에 의해 한순간에 안락사 명단에 올라 생명을 잃을 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죄 현장에 남겨져 위기에 처한 동물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당한 학대를 말로 직접 설명할 수 없는 동물들은 범죄 현장에서 발견돼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것이 국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