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의붓딸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는 새아빠의 모습을 송출해 성추행 논란을 일으킨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이 결방 2주 만에 방송을 재개하며 재차 사과 입장을 밝혔다.
‘결혼지옥’ 제작진은 9일 방송 시작에 앞서 “지난 12월 19일 방송된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고스톱 부부 편에서 시청자분들이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송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내보냈다.
제작진은 “해당 가정의 생활 모습을 면밀히 관찰한 후 전문가 분석을 통해 관계 회복 솔루션을 제공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다”며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당시 상황에서 우려될 만한 모든 지점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앞으로 제작진은 모든 시청자가 수긍하고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아동 성추행 논란은 지난달 19일 방송에서 다뤄진 재혼 가정의 사연을 두고 빚어졌다. 해당 가정의 남편은 7세 의붓딸이 “싫다”고 발버둥 치며 거부하는데도 억지로 ‘가짜 주사 놀이’라며 손으로 엉덩이를 찌르거나 상반신을 간지럼 태우며 과격한 신체접촉을 했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가 “가엾다. 외로운 사람이라는 게 느껴져서 너무 가여웠다”며 남편을 두둔하는 발언해 논란을 더했다.
해당 내용이 방송된 이후 MBC 시청자 소통센터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시청자 민원이 쏟아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방송 이후 사흘간 방심위에 관련 민원이 3689건 접수됐다. 문제의 방송은 VOD 다시보기에서 삭제됐다.
프로그램 폐지 등 여론이 악화하자 오은영 박사는 논란 나흘 만에 “해당 방송분에 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된 부분이 있다”며 “제가 마치 아동 성추행을 방임하는 사람처럼 비친 것에 대해 대단히 참담한 심정”이라는 입장을 냈다.
새아빠에 대해 ‘가엾다’ ‘외로운 사람’ 등의 발언을 한 데 대해선 “과거 어린 시절 불행한 경험을 했던 것에 대해 ‘남편의 어린 시절이 가엽다’라고 한 것”이라며 “현재의 문제 행동과 과거에 있었던 남편의 불행을 연결해서 정당화하려고 했던 설명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오 박사를 비롯한 출연자들은 3주 만에 재개한 방송에서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제작진의 사과문 화면 이후에는 오프닝 멘트와 함께 새로운 회차가 시작됐다.
한편 해당 방송에서 의붓딸에게 신체접촉을 한 새아빠는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의붓딸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남성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고 입건 전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