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거의 안 나던 곳인데… ” 수도권 주민들 혼란

입력 2023-01-09 18:34
인천시 강화군 서쪽 25㎞ 해역에서 규모 3.7 지진이 발생한 9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정책브리핑실에서 장익상 통보관이 지진파형 등을 분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강화도 서쪽 해상에서 9일 새벽 발생한 규모 3.7의 지진에 진동을 감지한 많은 수도권 일대 시민들이 불안감 속에 밤을 새웠다. 지진 발생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인천 근해에서 일어난 지진 중 역대 최대 규모였다. 전문가들은 수도권도 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1시28분 인천 강화군 서쪽 25㎞ 해역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최대계기진도는 인천 4, 경기 3, 서울 2를 기록했다. 계기진도 4는 밤이면 잠에서 깨거나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리는 정도를 말한다.

실제 주민들이 체감한 지진도 강력했다. 수원 팔달구에 사는 유근철(48)씨는 “집이 흔들리면서 순간 5살 된 아이를 안고 집밖으로 뛰쳐나가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당시 강화군에 머물던 조수미(46)씨도 “북한이 한밤중에 강화도로 미사일을 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놀랐다”고 전했다.

인천 내륙 인근은 지진이 잦은 지역은 아니다. 서해안에서는 주로 북한 해역이나 백령도 등 먼 바다에서 지진이 발생해왔다. 실제 이번 지진의 진앙 주변 50㎞ 이내에서 규모 3 이상이 지진이 발생한 건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5건에 불과하다. 규모로도 이번 지진이 가장 강력했다. 박순천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장은 “평소 규모 3 이상의 지진이 잘 발생하지 않던 지역”이라며 “관련 정보가 없다 보니 발생 원인 등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수도권에서도 큰 지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지진의 진원 깊이는 19㎞로 비교적 깊은 편에 속하는데, 진원이 깊은 지진이 발생한다는 건 여러 지역에서 지진이 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 땅이 견딜 수 있는 힘의 한계치가 낮아졌다”며 “균형을 잡고 있던 땅들이 부서지면서 한반도 전역에 깊은 지진이 발생할 힘이 쌓여있는 상태다 보니 곳곳에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 빈도도 더 잦아질 수 있다고 한다. 김영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도 “중소 규모지만 전보다 지진 발생이 빠르고 잦아지고 있다”며 “인지할 만한 크기의 지진들이 상대적으로 자주 온다는 건 큰 지진이 가까워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수도권도 장기적으로는 규모 6을 넘는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영 양한주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