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의존 축소’ 독일의 미국산 LNG 수입이 부른 ‘나비효과’

입력 2023-01-10 07:28 수정 2023-01-10 07:28
현대중공업이 2016년 차코스 에너지 네비게이션(Tsakos Energy Navigation)에 인도한 대형 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현대중공업 제공

지난 3일(현지시간) 독일 북해 연안도시 빌헬름스하펜의 이동식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로 배 한 척이 들어왔다. LNG를 가득 싣고 미국에서 출발한 가스수송선 ‘마리아 에너지’였다. 이 터미널은 독일의 첫 이동식 LNG 터미널로 지난해 11월 중순에 완공됐다. 개장한 뒤 LNG를 싣고 도착한 첫 수송선인 ‘마리아 에너지’에는 5만 가구에서 1년간 쓸 수 있는 LNG가 실렸다. LNG 수송에 쓰인 ‘마리아 에너지’는 2016년 한국의 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한 선박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위기에 처한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의존도’를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독일의 이동식 LNG 터미널 완공이나 미국산 LNG 수입은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유럽 국가들의 움직임은 한국 조선업계에 ‘호황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10일 외신에 따르면 독일은 올해 말까지 빌헬름스하펜에 LNG 터미널을 하나 더 지을 예정이다. 여기에다 브륀스뷔텔, 슈타데, 루브민에도 LNG 터미널을 완공할 계획이다. 빌헬름스하펜 터미널은 착공 후 불과 11개월 만에 문을 열었다. 독일은 10년 전부터 에너지 수입 다변화를 위해 LNG 수입을 추진해왔지만, 실제로 LNG 터미널을 건설하기는 빌헬름스하펜 터미널이 처음이다.

독일이 LNG 터미널 건설에 속도를 내는 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부족을 해소하고 다른 국가의 LNG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는 목적이다. 2021년을 기준으로 독일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는 전체 가스 수요의 55%, 전체 에너지 수요의 27%에 달했다. 독일은 미국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LNG 수입량을 꾸준히 늘려 러시아산을 대체할 방침이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미국이 영국에 보내는 LNG 양을 2021년 수준에 비해 두 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기도 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Refinitiv)에 따르면 지난해 EU의 LNG 수입량은 전년보다 58% 증가한 1억1000만t(1370억㎥)에 달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에너지 구도 재편, LNG 수요 증가는 한국 조선업계에 ‘나비효과’를 부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해 전 세계 대형 LNG 운반선 발주량(1452만CGT)의 70%(1012만CGT)를 차지했다.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사들은 모두 목표 수주액을 초과 달성했다. 3~4년치 일감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 운반선 수요가 늘고 있으며, 앞으로 더 증가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었는데 독일의 미국산 LNG 수입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LNG 운반선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