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가 복권을 6조7000억원어치 판매하기로 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복권 판매실적(6조4957억원)과 비교해 2000억원 가량 목표를 높여 잡은 것이다. 올해 역대 최악의 불황이 예고된 가운데 정부가 불황형 상품인 복권 판매를 늘리면서 ‘한탕주의’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10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의 ‘2023년도 복권기금 수입·지출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로또복권, 연금복권, 즉석복권 등 12종의 복권 판매 예산으로 6조7441억원을 책정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복권 판매 예상 수입을 6조3903억원에서 6조4957억원으로 1054억원 늘렸는데, 올해 판매액은 이보다 2484억원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복권위는 지난해 4월 제148차 회의에서 올해 복권 발행계획을 심의·의결했지만 최종 전망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복권 판매액을 포함한 복권기금 발행 금액은 7조8194억원 수준으로 정해졌다. 지난해(7조7564억원)와 비교해 0.8%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 복권 발행액을 7조61억원으로 추산했지만 8000억원 가량 전망치를 높여 잡았다. 여기에는 당첨 후 1년간 아무도 찾아가지 않은 미지급 당첨금 549억원 등이 포함된다.
복권 판매액과 복권기금 규모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 4조1538억원이었던 복권 판매금액은 2020년 5조4762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6조원을 넘겼다. 코로나19 사태와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국내 경제도 둔화하면서 사행산업인 복권에 거는 소비자의 기대심리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복권이 예상대로 판매되면 복권 판매 수익금(판매사업·운영비 제외)은 2조7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판매 수익금은 복권기금 사업 재원으로 사용된다. 정부는 이 가운데 2조305억원을 다가구주택 매입임대나 한부모가족자녀 양육비 지원을 포함한 공익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복권위 측은 “복권 기금이 복지 정책에 투입되기 때문에 복권 구입을 기부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어났고, 판매 규모가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나서서 사행산업인 복권을 홍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부자는 복권을 사지 않는다. 서민층이나 중산층이 주로 복권을 구입하는데 이들로부터 돈을 받아 서민층 복지에 다시 쓰는 걸 가지고 기부라고 얘기하면 안 된다”며 “정부가 복권 구입을 독려할 게 아니고, 국민들이 복권을 사지 않아도 될 만한 튼튼한 경제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