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하후상박형 저소득층 소득보장제도인 안심소득 2단계 사업에 참여할 1100가구 모집에 착수한다. 시는 모두에게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과 달리 특정 계층에게 차등액을 지급하는 안심소득이 고용시장과 사회안전망에 어떤 역할을 할지 연구할 방침이다. 특히 해외에서 기본소득 지급 시 수혜자의 정신적 회복과 미래 비전 수립엔 도움이 됐으나 취업 등 고용시장 여파는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안 마련에도 나설 방침이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핀란드는 2017년 1월부터 2년간 25∼58세 기초실업보장 수급자를 대상으로 기초실업보장액과 같은 월 560유로(약 76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기본소득은 미래에 대한 조직화된 신뢰, 사회생활 자신감을 향상했고 스트레스 지수와 우울증 증상은 완화했다. 경제적인 ‘웰빙’의 수준도 높아졌고,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의 간섭(관료주의)도 덜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취업 효과의 경우는 미미하거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혜자들은 대다수가 직업소개소에 등록하기는 했으나 취업일수가 평균 6일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로 자녀가 있는 가족, 모국어가 핀란드·스웨덴어가 아닌 사람 등에서 일부 효과가 나타났다. 이마저도 정부가 실험 이듬해 공격적인 노동 활성화 정책을 펼치면서 효과가 중복된 것으로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지난달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 참여한 헤이키 힐라모 헬싱키대 교수는 “기본소득 모델에 제공된 큰 당근이 실질적으로 취업을 증가시키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참여형 소득 방식 등이 거론된다. 힐라모 교수는 “자원봉사 등 노동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을 때 수당을 제공하는 참여형 소득 같은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새로운 실험들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 양극화가 극심해 극단적 선택이 잦고, 복지 시스템에 따른 근로의욕 저하 등의 문제도 제기된다”며 “해외의 시행착오를 반영하고, 다종다양한 실험을 통해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는 지난해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500가구를 선정해 1단계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2단계에 참여하는 1100가구는 500가구(중위소득 50% 이하) 및 600가구(중위소득 50~85%)로 구성된다. 보장소득제에 대한 여러 논란을 고려해 시범사업 대상 선정 시 현금성 복지급여인 생계·주거급여, 기초연금 등의 중복 지급을 금지한다. 2026년까지 지원 가구와 비교집단의 변화를 시계열 순으로 조사·연구할 방침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