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주인을 속여 넘겨받은 카드를 마음대로 사용한 사람에게 신용카드 부정사용죄를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2월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피해자 B씨에게 “당신의 항소심 재판을 위해 변호인을 선임했는데 성공사례비를 먼저 줘야 한다”고 속여 B씨의 신용카드를 받아 간 뒤 약 3000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에게 사기 및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1심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변호사 선임비용을 부담할 것처럼 거짓말해 신용카드를 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피해자의 변호사 선임비용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심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B씨가 본인 의사로 A씨에게 신용카드 사용권한을 넘겨줬기 때문에 카드 사용대금에 대한 편취행위가 인정된다고 해도 신용카드 부정사용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A씨가 B씨에게 적법하게 사용권한을 넘겨받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다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피해자는 A씨에게 기망당해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지 않고 신용카드에 대한 점유를 상실했다”며 “따라서 피해자를 기망해 취득한 신용카드를 사용한 A씨의 행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