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ES ‘제품 대신 서비스’ ‘먼 미래 대신 일상’ 무게

입력 2023-01-09 10:31 수정 2023-01-09 10:35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처음으로 열린 CES 2023이 8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나흘간 11만2000명의 관람객이 이곳을 찾았다. 미중 갈등 탓에 중국 업체가 대거 이탈했지만, 빈자리만큼 한국 기업이 채웠다. 이번 CES에 기업들이 내세운 건 ‘제품’보다는 ‘고객 경험’이었다. 모빌리티는 점점 인간과 교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디지털 헬스는 건강한 삶에 대한 접근성을 키웠다. 먼 미래에 상용화될 혁신적 기술보다는 일상에 스며들 ‘캄 테크’가 전체적인 전시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제품 보다 서비스
이번 CES에서는 신기술, 신제품의 깜짝 공개보단 개별 기업이 지향하는 미래상에 집중된 모습을 보였다. 제품 경쟁 한계 속에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로 승부를 띄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CES 2023에 참가했던 국내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부스를 둘러본 뒤 “참가 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과거와 달라졌다”며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는 서비스,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뀐 것 같다”고 평했다.

삼성이 대표적이다. CES 최대 규모 부스를 꾸린 삼성전자는 신제품을 의도적으로 뺐다. 대신 진화한 스마트싱스를 토대로 15개 글로벌 가전 브랜드 제품을 연결해 제어·관리하는 시연을 선보이는 등 ‘초연결’ 시대를 강조했다.

이러한 현상은 모빌리티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이번 CES에서 모빌리티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차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였다. 일본 IT업체 소니는 완성차 업체 혼다와 합작해 만든 전기 콘셉트카 ‘아필라’를 처음 공개했다. 아필라는 움직이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지향한다. 아우디는 차량 내 가상현실(VR) 게임이 가능한 ‘VR인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였다.
하만이 ‘CES 2023’에서 공개한 자동차 UX 혁신 기술 ‘레디 케어’. 하만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삼성전자가 인수한 전장 전문 업체 하만은 업계 최초로 시각적, 인지적 부하를 측정해 운전자의 눈의 활동과 심리 상태를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레디 케어’에서부터 브랜드 오디오 경험을 제공하는 업계 최초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제품인 ‘레디 온 디맨드’ 등을 내놨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완전 자율주행이라는 예정된 미래에 맞춰 기업들이 차량 내 서비스 등에 집중하고 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들도 자동차 운영체제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일상에 스며든 기술
일본의 파나소닉은 신제품보다는 ESG에 중점을 둔 ‘그린 임팩트’를 강조했다. 탄소 중립을 선언한 파나소닉은 입구에 태양광으로 광합성을 하는 나무를 배치했다. 나뭇잎 모양의 태양광 모듈이 빛을 받아 줄기를 통해 나무 밑 둥으로 에너지를 전달한다. 파나소닉은 나무 아래 콘센트를 만들어 관람객들이 벤치에 앉아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게 했다. 기술(그린테크)이 일상에 스며드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파나소닉의 태양광 나무. 연합뉴스

국내 4년차 스타트업 에이슬립은 인공지능(AI)으로 숨소리와 흉복부 움직임을 분석하고 수면 장애 등을 진단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솔루션을 내놨다. 휴대폰이나 스마트TV 등 마이크가 설치된 기기만 있으면 어떤 환경에서도 수면 단계 측정이 가능하다.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비대면, 원격의료가 키워드가 됐고 슬립테크, 디지털 헬스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흐릿하고 거창한 미래가 아니라 현재 일상에서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술이 이번 CES 주인공”이라고 분석했다.

라스베이거스=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