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3에 참여한 한국 기업들도 8일(현지시간)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 전 세계적으로 닥친 불황 속에서도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개척하려는 한국 스타트업들의 약진이 이어졌다. 그러나 과제도 남았다. 산업계에서는 CES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의 수만 단순히 많아지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CES 2023에는 전세계 170여개국 300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한국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 SK그룹, HD현대그룹을 비롯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55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특히 한국 스타트업들은 첨단 기술과 비전을 뽐내며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 스타트업 355곳은 ‘유레카 파크’에 부스를 차렸다. 이곳은 세계 스타트업들이 기술력을 뽐내는 특화 전시관이다. 지난해 292개 국내 스타트업이 참여했는데, 올해는 규모가 21% 늘었다.
CES 혁신상 수상 실적도 좋아졌다. CES 혁신상은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혁신 기술‧제품에 수여하는 상이다. CES 혁신상 수상 실적은 2019년 5개사에서 지난해 60개로 늘었다. 올해는 100여개 한국 스타트업이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약진했다.
전 세계 기업 중 23개 제품이 최고 혁신상을 받았는데, 이 중 11개 제품은 국내 기업이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5개는 국내 스타트업이 내놓은 제품이다. 시각장애인용 촉각 디스플레이를 개발한 ‘닷’, 미래 신소재 그래핀을 활용한 그래핀 라디에이터 기업 ‘그래핀스퀘어’,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만든 ‘지크립토’, 뮤직비디오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메타버스 음악 상품을 내놓은 ‘버시스’ 등이다.
한국 스타트업의 약진을 위해 대기업도 팔을 걷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사가 지원하는 스타트업들을 위한 부스를 차렸다. 삼성전자의 임직원 대상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의 우수 과제 4개와 외부 스타트업 대상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로 육성한 업체 8개가 올해 CES에 참여했다. LG전자의 북미이노베이션센터(LG NOVA)는 디지털 헬스와 스마트 라이프, 메타버스 등의 총 40여개 스타트업 사업 아이템을 전시했다.
다만 CES 2023은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숙제도 남겼다. 혁신 기술을 선보이는 기업들도 많았지만, 일부는 기업 홍보만을 위해 CES에 참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원천 기술보다는 다른 기업의 기술을 활용해 어떤 상품을 만들었는지 홍보하는 기업들이 있어 혁신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다수라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CES 로고를 제품이 붙이기 위해서 참여를 한 기업들도 많았다. 전시관 구석에 앉아만 있는 중국 기업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 많이 보여 아쉬웠다. 원친 기술을 앞세워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기업들이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CES 참여로 얻는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반응도 나왔다. 올해까지 3년 연속 CES에 참여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참여 한국 기업의 수는 늘었지만, 신기술을 공개하기보다는 참여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다. CES에 참여하지 않으면 기업 자체가 사라졌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큰 효용성이 없어도 참여를 해야만 한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무의미한 참여만 이어질 것 같아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한국 기업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어서 관람객들이 집중해서 기술을 둘러보지 못한다는 단점도 제기됐다. CES에 참여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기업들이 각자 참여해 기술이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는 것보다 몇 개의 테마로 나눈 뒤 비슷한 업종의 기업들이 같이 나오면 거래선들의 선택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