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에너지·석유화학 부문을 이끌고 있는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일렉트리피케이션’(전기화)과 ‘리사이클’(재활용)을 통해 친환경 사업자로의 ‘녹색 대전환’(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테크 박람회 ‘CES 2023’에 참석한 김 부회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SK이노베이션은 지금까지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을 제공해왔다”며 “다만 지금까지의 60년은 ‘카본 베이스’였다면 다가올 60년은 ‘제로 카본 베이스’로 그 역할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창사 60주년을 맞은 SK이노베이션은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2062년까지 그동안 회사가 배출한 모든 탄소를 상쇄해 ‘올 타임 넷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김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의 주력 산업이 그동안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건 사실”이라며 “그만큼 극복하는 부분을 보여줘야 하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 부회장은 발생하는 탄소를 줄여나가는 건 시대의 흐름이라고 봤다. 탄소 감축이 예정된 미래라고 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말과 결을 같이 한다. 김 부회장은 “미래엔 가솔린, 디젤 등 수송용 연료가 다 없어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우리가 가진 정유 설비를 돌릴 필요가 없어진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설비가 좌초자산이 되지 않게끔 해야 한다. 정유 설비를 저탄소나 무탄소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찾은 생존 전략은 전기화와 재활용이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투자 및 사업은 이러한 방향성에 맞춰 진행되고 있었다. 김 부회장은 “우리가 배터리를 시작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전기로 바뀌는데 그 영역에서 비즈니스 하려면 배터리를 해야지 않겠느냐”며 “여태까지 가솔린, 디젤을 팔았다면 이제 로우 카본 나아가 제로 카본으로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에서 멈추지 않고 탄소중립을 위한 발전 에너지원 기술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SK㈜와 함께 미국 소형모듈원자(SMR)로 설계기업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했고,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시스템 기업 ‘아모지’에도 투자를 진행했다.
김 부회장은 SK박미주유소 등을 통해 사업성을 확인하고 있는 소규모 분산형 발전방식도 친환경 전환의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분산형 발전이란 소규모 연료전지나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해 가까운 지역에 에너지를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다.
김 부회장은 “(앞으로) 주유소는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개념의 분산 발전소 형태로 갈 것”이라며 “에너지 공급과 사용 방식이 다 바뀌어야 하고 거기에 맞춰 기존 사업도 다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 국정과제에도 들어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이밖에도 SK지오센트릭, SK엔무브 등을 언급하며 재활용 부분에서도 계열사들의 사업 구조 전환을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친환경 전환 목표 실현을 위해 CCS(탄소포집저장) 기술의 중요성도 덧붙였다. 그는 “CCS 없이는 현실적으로 제로 카본으로 가기 어렵다. 석유를 뽑아낸 기술력으로 이산화탄소를 다시 되돌려놓는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부회장은 이날 SK이노베이션 주요 경영진들과 함께 새해 첫 전략회의를 가졌다. 친환경 사업 실행 가속화를 위한 방안들을 논의하고, 부정적 경기 전망 및 경영환경 악화 등에 대한 극복 방안 등도 모색했다.
라스베이거스=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