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자료 삭제’ 9일 1심 선고…백운규 재판에도 영향

입력 2023-01-08 18:00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한 1심 판결이 2년여만에 나온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위법성을 인지한 이들이 감사가 진행되자 자료를 무단 삭제했다는 게 공소사실의 골자인 만큼 선고 결과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박헌행)는 9일 오전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및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국장 A씨와 과장 B씨, 서기관 C씨에 대한 1심 판결을 선고한다.

이들은 감사원이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던 2019년 11~12월,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과정과 관련된 자료 530건을 삭제해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한 혐의 등을 받는다. 국장급 공무원인 A씨는 B씨와 C씨에게 “공식자료만 제출하라”며 중간보고 단계의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B씨의 지시를 받은 C씨는 일요일 밤 사무실에 들어가 업무용 컴퓨터에서 내부 자료를 지운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들이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의 위법성을 알고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고 본다.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들은 청와대 관계자 및 장관 등 상급자 지시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1호기의 가동을 불법으로 중단하도록 했다”며 “감사가 진행되자 불법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위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무단 삭제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A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 B씨와 C씨에게 징역 1년이 구형됐다.

이에 따라 1심 판결에는 A씨 등이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이 ‘불법’임을 인지해 자료 삭제를 지시했는지에 대한 판단이 담길 전망이다. 세 사람이 자료 삭제 자체는 인정한 만큼 사라진 자료가 공용전자 기록에 해당하는지, 감사 방해의 고의가 있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단은 백 전 장관 재판에도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감사를 방해하려는 목적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위법성 인식은 곧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백 전 장관은 월성 1호기 경제성을 축소 조작해 조기 폐쇄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상태다.

A씨는 앞서 백 전 장관 재판에 증인으로 서기도 했다. 그는 2018년 6월 원전 조기 폐쇄와 관련해 한수원이 정부에 ‘비용 보전’을 요청하자 산업부가 ‘비용·손실 보전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회신 공문을 보낸 것과 관련해 “(해당 내용을) 백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증언했었다.

검찰은 당시 백 전 장관이 월성 1호기 경제성 축소 조작에 관여했던 만큼 조기 폐쇄에 손실 보전을 할 수 없음을 알았음에도 산업부가 안심 시키기용 공문을 보냈다고 본다. B씨는 이에 앞선 2018년 4월 백 전 장관에게 월성 1호기를 바로 폐쇄하지 않고 추가로 가동하는 방안을 보고했다가 질책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