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전장연 만날 테니 조건 없이 오라”…설 전 타협 타진

입력 2023-01-08 14:57 수정 2023-01-08 15:04

서울시가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이번 주 오세훈 서울시장 면담을 위한 협상에 들어간다. 양 측은 설 전 출근길 시위 중단을 위한 합의를 타진할 예정이지만 세부 이견이 많아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8일 국민일보 통화에서 “전장연을 만나더라도 본질은 얘기하지 않고 쇼만 하는 모습을 보여선 아무 의미가 없다”며 “전장연 요구 조건 가운데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할 것이니, 전장연도 시장 면담을 선전의 기회로 활용하지 말고 면담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은 반드시 전장연을 만날 거다. 전장연도 조건 없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선 4일 전장연은 오 시장과의 면담을 전제로 19일까지 출근길 시위 중단을 선언했다. 오 시장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수락하자 전장연은 공개방송에서 면담하자고 요구했었다. 그러나 오 시장이 “만남에는 조건이 없어야 한다. 대화의 기회를 선전장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용인할 수 없다”고 거절하자 전장연은 “면담 방식‧일정을 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시는 지난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준비 등으로 경황이 없었던 만큼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면담 일정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문제는 양측이 만나더라도 출근길 시위를 중단시킬만한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은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2024년까지 공사가 19개 역사에 승강기를 설치하고, 전장연은 지하철 운행을 5분을 초과해 지연시킬 경우 회당 500만원을 지급토록 강제 조정안을 내놨다. 전장연은 수락했으나 공사가 거부하고 이의신청을 하면서 다시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다른 시 관계자는 “19개 역사에 승강기를 설치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그러나 5분간 시위를 보장하는 건 시민 관점에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출근길 시위 피해를 ‘없던 일’로 하면 법치국가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도 지난 1일 한 방송에서 “판사가 법치를 파괴하는 조정안을 냈다”고 비판했다.

다만 시는 전장연 요구 사항 중 시 권한에 속한 일은 추진 의사를 밝혀 합의 불씨는 남아있다. 시 관계자는 “다른 장애인 단체와 만나는 것처럼 전장연과도 청사에서 비공개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면 된다”며 “전장연 요구사항은 정부 몫과 서울시 몫이 뒤섞여 있다. 이를 논의해 타결점을 찾으면 함께 발표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