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을 따로 처리해주고 주민에게서 직접 금전을 받는 이른바 ‘따방’ 행위로 해고된 환경미화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적법한 처분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단독 정우용 판사는 미화원 A씨가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북부지청을 상대로 낸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5년 청소용역업체 B사에 미화원으로 입사해 폐기물 수거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던 중 납부필증이 붙지 않은 대형 폐기물을 따로 수거해주고 해당 주민에게 3만2000원을 받았다가 2021년 4월 해고됐다. 이처럼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거나 납부필증을 발급받지 않은 상태로 배출된 폐기물을 처리해주고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를 미화원 사이 은어로 따방이라고 부른다. A씨는 이 일로 검찰 수사도 받았고 기소유예 처분됐다.
해고된 A씨는 그해 6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실업급여를 신청했지만, ‘직책을 이용해 공금을 횡령하거나 배임해 징계해고된 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A씨는 불복해 실업급여 거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심사를 청구했지만 번번이 기각됐다. 이에 그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취득한 금액은 1만6000원에 불과하고 경제적으로 곤궁한 후배를 배려해 따방 행위를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또 “A씨가 따방 행위로 취득한 금액이 소액이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점에 비춰보면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법원은 “A씨 사례가 수급자격 제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정 판사는 “A씨는 이 사건 회사 미화원으로 정상적으로 배출된 폐기물만을 수거해야 하고, 무단 배출된 폐기물을 수거해서는 안 되는 업무상 임무가 있었다”며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원을 받은 후 무단 배출된 폐기물을 수거·처리해 준 것은 직책을 이용한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따방 행위에 대해서는 “배임 행위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 환경 정책의 정당한 집행을 방해하는 일”이라고도 했다.
정 판사는 “A씨의 임무 위배로 이 사건 회사는 본래 처리할 필요가 없는 폐기물을 추가로 처리하게 돼 추가적인 노력과 비용이 소요됐다”며 “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직급여 수급 자격 제한사유 중 하나인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에 대해서도 “그 손해가 ‘막대한 정도’에 이르러야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