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기침체에 따른 가전과 반도체 수요 위축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0% 가까이 급감하는 실적충격(어닝쇼크)를 겪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8000억원) 대비 6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6일 공시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10조8000억원)와 비교해도 60% 가량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매출은 70조원으로, 전년 동기 76조5000억원에 비해 8.5% 소폭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증권가에서 당초 전망한 실적보다도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를 보였다. 삼성전자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은 6조9500억원, NH투자증권은 5조8900억원 등 전망치를 내놓은 바 있다.
실적 부진은 세계 주요 국가들의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여파로 전 세계 경기 침체가 지속돼 세트(완성품) 소비와 반도체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 등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메모리 사업 수요 부진과 스마트폰 판매 둔화로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특히 반도체 부진이 실적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주력인 메모리 사업의 경우 경기 침체 전망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우려로 고객사들이 긴축재정 기조를 강화하며 4분기 구매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재고 증가에 따라 메모리 가격 하락 폭도 당초 전망보다 확대됐다. 또한 4분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떨어져 삼성전자 제품의 수익성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올해 실적도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가파른 수요 감소와 판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전년 대비 17% 역성장할 전망이다. D램 가격은 올 4분기까지 하락이 예상되고, 낸드플래시 가격은 올해 계속 하락하다가 3분기 들어 반등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편 삼성전자는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2022년 연간 매출액은 301조7700억원으로 전년(279조6000억원)보다 7.9% 증가했다. 삼성전자 연 매출이 3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역대 실적을 올린 덕분이다. 반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43조3700억원으로 전년(51조6000억원) 대비 16% 감소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