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네 발] 연쇄살인마 집에서 나던 개 울음소리

입력 2023-01-08 00:02
이기영이 기르던 반려동물들이 구조돼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홈페이지 캡처

지난 12월 28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아파트. ‘개 짖는 소리가 크게 난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관리사무소는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소리가 나는 집과 연락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 집에 사는 사람은 동거녀 등 총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수사 중인 연쇄살인마 이기영이었다. 경찰은 전날인 27일 현장 조사를 위해 집을 찾았을 때 동물의 존재를 인지했다. 29일 경찰은 이기영에게 반려동물 포기 각서를 받아내 동물을 구조했다.

사단법인 한국동물구조협회는 지난 12월 29일 이기영이 생활하던 파주시의 아파트에서 고양이 3마리, 강아지 1마리 등 총 4마리가 구조되었다고 밝혔다. 이 네 마리 중 고양이 2마리는 새로운 주인을 찾는 데 성공했다. 남은 강아지 1마리와 고양이 1마리는 아직 주인을 찾는 중이다.

이처럼 사건 현장에서 동물이 발견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충남대학교 과학수사학과의 유경진 교수는 “사건 현장에서도 반려동물이 많이 발견되고 있으며, 특히 고독사로 인한 변사사건에서의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2021년에 펴낸 ‘사례연구: 반려동물에 훼손된 독거 변사자의 사후손상에 대하여’에서 밝혔다. 이기영의 경우처럼 소리나 냄새 등으로 존재가 발견되기도 한다. 사건 현장에서 방치된 채 죽기도 한다.

현장의 동물을 구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직까지 현행법상 반려동물은 사유재산으로 분류돼 적극적인 개입이 어렵다. 소유주로부터 포기 각서를 받아내거나 긴급격리조치를 취해야 한다. 긴급격리조치는 동물보호감시원으로 지정된 공무원이 학대 여부를 판단해 지자체장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발동할 수 있다.

법무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코자 지난 7월 민법 제98조의2를 입법하겠다고 예고했다. 총 2개의 항으로 이루어져 있는 민법 제98조의2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제 1항, ‘동물에 대해서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제 2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국회에 1년 넘게 계류되고 있다. 과연 언제야 소유권보다 생명이 우선시될 수 있을까.

‘도심 속 네 발’은 동물의 네 발, 인간의 발이 아닌 동물의 발이라는 의미입니다. 도심 속에서 포착된 동물의 발자취를 따라가겠습니다.

유승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