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한 사실을 군 당국이 뒤늦게 인정한 가운데 당초 의혹을 제기했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국방부와 합참이 몰랐던 북 무인기 경로 정보를 어떻게 알았나’라는 대통령실과 여권의 역공세가 펼쳐지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북한과 내통하고 있다고 자백한 것 아닌가”라는 거친 주장까지 나왔다. 이에 김 의원은 “30분만 투자하면 유추 가능한데 황당한 공격을 한다”며 “물타기”라고 응수했다.
5일 군 당국은 “지난달 26일 서울에 진입한 적(북한)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무인기가 P-73 구역에 들어온 적 없다던 종전 입장을 번복했다. 다만 군은 북 무인기가 지나간 곳에 대해 “용산 집무실 안전을 위한 거리 밖이었으며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안전엔 이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레이더 컴퓨터를 다시 검색한 결과,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 북쪽을 스치고 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최종 판단을 하게 된 것이 1월 3일”이라며 “다음 날인 1월 4일 (군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군의 보고 내용이) 국민들이 알고 있는 사항과 다르니 바로 공개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에서는 북 무인기가 은평·종로·동대문·광진·남산 일대를 침범했을 가능성을 최초로 제기한 김병주 민주당 의원을 두고 정보 출처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 의원이 언론에 주장한 말은 당시 식별한 바로는 합참도 국방부도 모르는 것이었다”며 “정보를 어디에서 입수한 것인지 자료의 출처에 대해 당국에서 의문을 품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육군 중장 출신으로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이 우리 군보다 북 무인기 항적을 먼저 알았다면, 이는 민주당이 북한과 내통하고 있다고 자백하는 것 아닌가. 북한의 꼭두각시이거나 ‘트로이 목마’를 자처하느냐”라고 공세를 폈다.
신 의원은 “김 의원이 그런 의문을 제기했을 당시엔 정작 우리 군도 국방부 장관도 국가안보실도 대통령도 그 사실을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시점이었다”며 “김 의원은 그 내용을 누구로부터 어떤 경로로 제공받았는지 해명하라”고 김 의원의 답변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복수의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체 분석에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국가안보실의 무능을 물타기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국방부가 지난달 28일 국회에 보고한 자료의 무인기 비행 궤적을 참고해 직접 의원실의 대형 지도에 비행금지구역을 겹쳐 복원하면서 비행금지구역 침범 가능성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정보를 특정 경로로 얻은 게 아니라 “합리적 유추”를 했다는 취지였다.
김 의원은 대통령실과 여권의 의혹 제기를 두고 “물타기”라고 비판했다며 오히려 국가안보실이 무능하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김은혜 홍보수석이 제기한 비행금지구역 침범 가능성 출처에 대한 답”이라며 “출처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이다. 국방위에서 보고한 항적 자료 및 국방위에서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의 증언에 기반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