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에 휴대폰 30여개… 잡고보니 ‘보이스피싱 이동 기지국’

입력 2023-01-06 05:39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중계기를 운반하며 범죄를 도운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범죄 조직이 사용하는 해외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로 위장하는 일을 돕는 데 이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A씨(27)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은 전날 오전 경기도 파주 경의중앙선 야당역에서 “가방에 휴대전화 수십 대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내용의 신고를 받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고양 경의중앙선 화전역에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A씨 가방 속에는 국내 유심칩을 이용해 해외 전화번호를 국내용으로 바꾸는 중계기와 휴대전화 30여 개가 들어있었다.

A씨는 지난해 9월 코인 투자 정보 광고를 통해 온라인에서 만난 누군가로부터 이 일을 소개받았다고 한다.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중계기가 든 가방을 들고 지하철을 타 수도권 일대를 돌아다니기만 하면 일당 20만~3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보이스피싱 조직과 주고받은 채팅은 매일 바로 삭제된다”며 “조직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보통 오피스텔 등 특정 건물에 중계기를 설치해두고 범행을 시도했으나, 최근에는 경찰 눈을 피해 중계기를 차량에 실은 채 실시간 이동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제는 사람이 직접 중계기를 들고 돌아다니는 등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조직을 검거하기 위해 통화내역 등을 확보해 수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