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10개 중 2~3개 돌아왔다… 보증금제 한달 성적표

입력 2023-01-06 06:00
게티이미지뱅크

시행 전부터 논란이 거셌던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한 달 성적표가 나왔다. 지난달부터 시범운영 중인 세종과 제주 지역에서 소비자들이 반납한 일회용컵은 약 10만개다. 환경부는 회수율을 20~30%로 추정하며 “시행 초기인 것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추세”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전국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에는 책임을 지우지 않고 소상공인만 피해를 본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제도 자체를 거부하는 매장도 상당수라 보다 실효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보증금제가 시행된 지난달 2일부터 이달 3일까지 소비자가 되찾아간 보증금이 2939만7300원이라고 5일 밝혔다. 컵 1개당 보증금은 300원이다. 그동안 9만7991개의 컵이 반납된 셈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은 ‘전국에 매장이 100개 이상인 식음료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현재 제도가 시행 중인 세종과 제주의 제도 적용 매장은 652곳으로, 다회용컵 전용 매장 130곳을 제외하면 522곳이다.

이중 제도를 보이콧하고 있는 매장 200여곳을 제외하면 그동안 회수된 컵은 약 300개의 매장에서 나온 일회용컵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계산하면 매장 1곳당 하루에 9~10개 정도의 컵이 돌아온 것이다.

다만 이날 환경부는 정확한 회수율을 산출하는 데 필요한 ‘각 매장의 일회용컵 사용량’ 통계는 제시하지 못했다. 현장 요청으로 보증금 컵 판매 데이터를 산정하는 기간이 5주에서 8주로 늘어나 관련 자료를 파악하는 데 좀더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컵 회수율은 20~30%대로 추정하고 있다”며 “빈 병 보증금제 등 유사 제도와 비교했을 때 초기에 반납되는 속도가 느리지는 않다고 본다. 소비자가 실제로 제도에 적응하고 움직이는 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자체가 조례로 보증금제 대상을 확대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이르면 다음 주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더라도, 지자체 판단에 따라 지역 내에 매장이 많은 브랜드나 개인 카페도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은 프랜차이즈 카페만큼 지역 브랜드가 활성화 돼 있는 제주시에서 건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확대한다. ‘자원순환보증금 앱’으로 일회용컵을 반납하면 탄소중립포인트로 200원을 추가 제공하고, 브랜드와 협업해 일회용컵 반납 시 해당 브랜드의 할인쿠폰을 주는 등 다양한 홍보와 행사를 병행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제도에 적응할 시간을 고려해 보증금제 거부 매장을 단속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은 당분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권한은 지자체에게 있어 지자체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단속이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

꾸준히 제기 되고 있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법률상 본사 부담이 불명확하게 명시된 부분이 있다”며 “법률 개정이 수반돼야 하는 부분이라 국회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본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시범사업 개시 무엇이 문제인가’ 간담회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됐다.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고장수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보증금제) 시행 전과 후를 비교하면 매출이 30∼40% 감소했다고 가맹점주들이 말한다”며 “(매출 감소를 고려해 가맹본사가) 보증금제 시행 점포의 물류비와 로열티 등을 감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팀장도 간담회에서 “일회용컵 반납 시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것도 결국 본사가 아닌 소상공인이 할인을 해주는 것”이라며 “지난 10월 가맹점을 대상으로 일회용컵을 판매하는 가맹본부의 책임을 강화한 법안이 발의됐다. 이것을 고시 등 세부안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본사의 책임을 어떻게 명시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라고 본다”고 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