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기독교 무덤 수십 곳이 무참히 훼손돼 현지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개신교에 속하는 성공회 예루살렘 교구는 성명을 통해 “이번 범죄 행위의 동기에는 개신교에 대한 종교적 편견과 증오가 있다”며 맹비난했다. 극우 성향의 이스라엘 국가안보 장관의 성지 도발 등과 맞물려 중동 내 종교적 긴장이 더 고조될 전망이다.
5일(한국시간) AFP 통신과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구시가 성벽 남쪽 시온산에 있는 ‘그리스도교(Protestant Christian)’ 공동묘지 무덤 30여 기가 훼손됐다. 사건 발생 이틀 뒤인 3일에야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성공회 측이 공개한 CCTV 영상에는 유대교인 복장을 한 남성 2명은 묘비를 깨뜨리고 묘지 위 십자가를 무너뜨리는 등 무덤을 훼손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두 남성은 비석 등으로 사용된 돌을 들고 묘지를 퍽퍽 내리쳤고 십자가를 쓰러뜨렸다. 이곳에는 성직자와 과학자, 정치인 유해가 주로 안장돼 있다. 다윗왕의 무덤, 예수 최후의 만찬장, 마가의 다락방, 베드로 통곡교회 등 역사적 유물도 이곳에 있다.
호삼 나움 팔레스타인 성공회 주교는 “묘지에 안장된 사람 중에는 예루살렘과 이곳 주민들의 삶에 이바지한 매우 중요한 인물들도 있다”며 “(이번 사건이 벌어진 것에 대해)실망스럽고 슬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트위터에 비도덕적이고 모욕적인 행위를 저지른 범인을 문제 삼았으며 이스라엘 경찰은 묘지 훼손 사건에 대한 수사를 즉각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슬람교 영역에서도 이와 같은 유대교 세력의 공세적 행보를 감지할 수 있다.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은 팔레스타인 반발에도 지난 3일 동예루살렘 성지를 방문한 바 있다. 동예루살렘 성지는 대다수가 이슬람교도인 팔레스타인 주민과 이스라엘 경찰 간 충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종교적·정치적 도발로 해석될 우려가 있어 이스라엘 고위 관리나 정치인은 그간 성지 방문을 자제해 왔다.
이현성 인턴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