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간 전국 병원 돌며 무면허 의료…의대 졸업생의 최후

입력 2023-01-05 12:18 수정 2023-01-05 13:31

30년 가까이 무면허 상태로 의사 행세를 한 의대 졸업생이 결국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형사2부(양선순 부장검사)는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보건범죄단속법위반(부정의료업자), 사기 등 혐의로 A씨(60)를 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30여년 전 의대생이었던 A씨는 1993년 의대를 졸업했지만, 의사면허증을 취득하진 않았다. 그러나 면허증과 위촉장 등을 위조해 1995년 처음 병원에 취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후 28년간 서울과 수원 등 전국 60곳이 넘는 병원에서 의사로 고용돼 일했다. 그가 실제 의대에 재학했던 점 때문에 그를 고용했던 병원장들은 A씨의 의사면허증을 의심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A씨를 고용한 병원들은 대부분 고용보험 가입 등 비용 절감을 하기 위해 그를 ‘미등록 고용 의사’ 형태로 단기 채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에서 A씨는 병원장 명의의 전자의무기록 코드를 부여받아 병원장 명의로 진료하고 처방전을 발행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외과적 수술행위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음주 의료사고를 내고 급히 합의한 적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의 무면허 의료 행세는 병원 관계자가 의심을 품고 경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전모가 드러나게 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의료면허가 취소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의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 보완수사 등을 통해 모두 거짓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범행은 28년간 이뤄졌지만 이 중 공소시효가 남은 건 최근 8년(2014년 10월∼2022년 12월)이다. 이 기간 A씨가 의료 행위로 받은 급여만 5억여원에 달했다.

검찰은 해당 기간 의사면허증 위조 및 행사, 무면허 정형외과 의료 행위 혐의로 지난 2일 A씨를 구속,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와 함께 A씨의 의사면허 취득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등록 고용해 병원장 명의로 진료행위를 하게 한 종합병원 의료재단 1곳과 개인 병원장 8명을 보건범죄단속법 위반(부정의료업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병원이 단기 또는 대진 의사를 고용하고도 고용된 의사를 무등록·무신고하면 실제 환자를 진료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 명의 및 면허 코드로 진료를 하고 처방전이 발급되는 등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현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와 의사 면허 관련 정보 공개 필요성 등을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에 제도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