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 집 혈흔 신원 찾는다…방문했던 6명 DNA 채취

입력 2023-01-05 11:50 수정 2023-01-05 13:00
택시기사와 집주인인 동거녀 살해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의 거주지에서 발견된 혈흔의 신원 확인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이씨가 살해했다고 자백한 동거녀의 시신을 수색하는 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지난해 이씨의 경기 파주시 거주지를 방문했던 여성 6명을 확인해 이들의 유전자(DNA) 대조군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이 국과수에 보낸 DNA 대조군은 숨진 동거녀의 지인, 또 다른 지인, 현재 여자친구, 청소 도우미, 이씨 모친에게서 채취한 것이다.

이씨가 살해했다고 시인한 동거녀의 경우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친오빠의 DNA를 채취해 국과수에 제출했다. 남매의 경우 DNA가 100%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정확한 확인이 어려울 수도 있다.

앞서 국과수는 이씨 거주지에서 확보된 혈흔과 머리카락 등에서 남성 1명, 여성 3명 총 4명의 DNA가 나왔다는 결과를 회신했다. 이 중 혈흔 DNA는 여성 2명으로 확인된 상태다.

이씨 거주지를 방문한 6명 중 숨진 동거녀를 제외한 5명은 현재 모두 무사하고 범죄 피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과수 감식에서 확보된 DNA와 대조군이 일치해 신원이 확인되면 추가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은 없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4일 오후 경기 파주시 공릉천변에서 이기영이 살해해 매장한 동거녀의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이씨 동거녀의 시신 수색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씨가 동거녀의 시신 유기 장소와 관련한 진술을 번복하면서 지목한 파주시 공릉천변의 한 지점에서 이틀간 굴착기와 수색견을 투입해 집중 수색했으나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범행일 이후 파주지역에 200㎜가 넘는 집중 호우가 쏟아졌던 터라 시신 유실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 유기가 4개월여 전에 이뤄져 피의자의 진술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당시 이씨의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사건 수사 마무리와 별개로 피해자의 시신을 찾기 위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이씨는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11시쯤 고양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접촉 사고를 낸 뒤 택시기사인 60대 남성에게 합의금을 주겠다며 파주시 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택시기사 살해 혐의로 이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범행 넉 달 전인 8월 동거녀까지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이씨는 범행 직후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피해자 명의로 대출을 실행해 약 7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이씨에게 강도살인 및 살인, 사체 유기, 사체 은닉, 절도, 사기,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4일 검찰에 송치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