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3] CES에 펼쳐진 빅 블러…모든 기업이 테크 기업

입력 2023-01-05 11:19 수정 2023-01-05 13:19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야외 센트럴플라자에 마련된 구글 부스. 대형 스크린에서 안드로이드 오토가 시현 재생되고 있다.

‘모든 기업이 테크 기업이다.’ CES 2023이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입구에 비치된 전단지에 적힌 문구다. 산업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기존 사업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빅 블러’ 현상이 이곳에서도 펼쳐지고 있었다. 빅 블러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거대한 융·복합 형태로 연결돼 확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기술이 자리했다.

특히 이번 CES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핵심인 ‘전동화’와 ‘자율주행’에 IT 등 수많은 분야와 연결되기 때문에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사와 부품업체는 물론 빅 테크 기업도 가세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CES 오프라인 행사에 불참했던 구글은 LVCC 앞 야외 센트럴플라자에 대규모로 전시관을 마련했다.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둘러본 전시관에선 입구에 설치된 거대 스크린을 통해 구글의 자동차 운영 체제 ‘안드로이드 오토’가 시험 재생되고 있었다. ‘당신의 스마트폰에서 당신의 차로’라는 문구를 통해 운영체제 활용 확장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차량 2대도 함께 배치했다.

자동차 운영체제는 글로벌 빅 테크 기업들의 새 격전지로 떠오른 시장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이 모두 뛰어들었다. MS의 경우 현대차와 자율비행 개체 개발에도 나섰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 마련된 보쉬 그룹 부스.

자동차 부품 업체 독일의 보쉬는 이날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화하는 모빌리티 산업 트렌드에 맞춰 향후 3년 동안 사업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4만명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늘리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 보쉬는 차량 등에 가장 널리 이용되는 센서 중 하나인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에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IBM과 손잡고 양자(퀀텀) 센서 개발에도 나선 상황이다.

보쉬 그룹 이사회 멤버 타냐 뤼케르트 박사가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버트보쉬코리아 제공

보쉬 그룹 이사회 멤버인 타냐 뤼케르트 박사는 “앞으로 자율주행 등 연결된 세상으로 나아가는데 센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 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센서 노드 없이는 사물 인터넷은 상상할 수 없다. 센서 성능이 좋아질수록 연결된 세상의 능력도 함께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용으로만 개발되던 자율주행 기술은 농기계, 선박, 심지어 유모차 등으로 확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농기계의 테슬라’라 불리는 존 디어의 자율주행 트랙터나 HD현대의 자율운항 솔루션 ‘뉴보트’가 대표적 예다.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스타트업 글룩스카인드 테크놀로지는 AI 기반의 자율주행 유모차 ‘엘라'. 출처 글룩스카인드 인스타그램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스타트업 글룩스카인드 테크놀로지는 AI 기반의 자율주행 유모차 ‘엘라’를 내놨다. 로봇공학과 머신러닝 기술이 집약됐다. 멀티 레벨 브레이크 시스템이 장착돼 유모차를 지켜보는 사람이 없거나 부모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스스로 멈춘다. 자동 센서도 달려 있어 도로 장애물이나 위험 요소를 마주하면 보호자에게 알림을 보낸다. 흔들 모드 기능도 있어서 아이를 재우거나 진정시키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다만 가격은 높다. 약 3300달러로 4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이밖에도 전통적으로 테크 기업과는 거리가 멀었던 기업들도 각각 인공지능(AI), 로봇 공학 및 자동화를 통해 기존 비즈니스의 모든 면을 바꾸고 있었다.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은 사전 공개행사에서 ‘합타’와 ‘로레알 브로우 매직’ 등 뷰티 신기술을 최초 공개했다.

합타는 손과 팔의 움직임이 제한적인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화장품을 바를 수 있도록 설계된 최초의 휴대용 로봇 메이크업 어플리케이터다. 브로우 매직은 사용자가 전문가 수준으로 눈썹 문신을 할 수 있는 가정용 디지털 눈썹 프린팅 디바이스다. 두 기술 모두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라스베이거스=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