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A 대신 파킹통장”… CMA 잔액 1년새 12조원 증발

입력 2023-01-08 06:00

증권사가 운영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금리 수준이 3%대 중반으로 나쁜 수준은 아니지만 저축은행 파킹통장보다는 낮고 예금보험공사의 보호도 받을 수 없는 탓이다. 주식시장이 냉각되며 증권사 예치금도 나날이 빠져나가는 가운데 CMA 잔액은 1년 새 12조원 증발해 2020년 5월 수준으로 회귀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국내 증권사 CMA 계좌에 개인 고객이 예치한 잔액은 48조85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에만 해도 잔액이 60조5800억원에 달했는데 1년새 12조원가량이 증발한 것이다.

CMA는 한때 파킹통장처럼 자금을 넣어두면서도 매일 일복리로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주식시장이 크게 성장했던 2020년, 2021년에 CMA로 돈이 몰렸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1월에는 44조82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22년 2월에는 61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2022년 2월을 기점으로 CMA 잔액은 매달 감소 추세다. 가장 큰 원인은 금리 경쟁에서 저축은행권에게 완패했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 주요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CMA 금리를 제공하는 곳은 미래에셋증권으로 3.90%가 주어진다. 한국투자증권(3.80%) KB증권(3.70%) NH투자증권(3.70%)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반면 저축은행권의 경우 웰컴저축은행(3.8%) 에큐온저축은행(4.0%) OK저축은행(5.0%) 등 금리 수준이 훨씬 높다. 여기에 저축은행의 경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은행 1고객당 원리금 5000만원까지만 보호받을 수 있어 안정성도 훨씬 좋다. CMA도 증권사가 도산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보호받는 상품이지만 최근 부동산PF 등 부실채권 문제가 화두에 오르며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진 모양새다.

주식시장 자체가 시들해져 증권사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증권사 관계자는 “장이 좋을 때는 CMA에 여윳돈을 넣어놓고 이자를 받다가 매수 타이밍이 되면 그 돈으로 주식을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시장이 침체되면서 아예 주식시장을 떠나거나 증권사 앱을 삭제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